[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은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참사 1주기를 맞아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들의 반복된 희생을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 이주화의 구조적 문제가 근절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 소재한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사고로 23명이 숨지고,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안 위원장은 "아리셀 참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존엄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우리 노동 현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면서 "노동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교육, 안전조치 미비와 책임있는 관리체계 부재, 불법 파견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인건비 절감과 책임 회피를 위해 안전 사고와 중대 재해 예방과 책임을 져야 할 기본 의무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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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1일 서울역 광장에서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와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 주최로 1주기 추모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희생자를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2025.06.21 yooksa@newspim.com |
고용노동부는 아리셀 참사 직후 지난해 7~11월 전국 산업단지 내 영세 제조업체 229개소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불법파견, 비정규직 차별,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 행위가 948건 적발됐다.
인권위는 지난 2018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해 노동환경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확인했다. 2019년 12월에는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위해 원청의 산업안전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법체계 변화를 역설했다.
저임금·고위험·고강도 노동환경으로 인력 확보가 어려운 산업분야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며 '위험의 이주화'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산재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 비중은 2022년 9.2%에서 지난해 상반기 11.8%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중인 약 3.5%에 비해 3배 이상 높아 외국인 근로자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더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권위는 올해 리튬배터리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해 위험 요인에 대응한 노동인권 증진 방안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리셀 참사 당시에도 23명의 사망자 중 20명은 외부인력업체를 통해 불법파견된 노동자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비상구를 열 수 있는 카드도 없었다.
안 위원장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면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도록 조속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인권위는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