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실적 발표 개시 앞두고 포지션 변경 꺼려
6월 CPI, 전년 대비 2.6% 상승 전망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14일(현지시간) 일제히 소폭 상승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과 멕시코 등에 관세 위협을 이어가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이 같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내일(15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에 주목하며 포지션 변경을 주저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8.14포인트(0.20%) 오른 4만4459.65에 마감했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81포인트(0.14%) 전진한 6268.56으로 집계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4.80포인트(0.27%) 상승한 2만640.33을 가리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오는 8월 1일부터 3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하락 출발했다. 시장에서는 다시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언제나 겁을 먹고 물러선다) 트레이드가 강해지며 지수들이 낙폭을 반납하고 이내 상승 전환했다.
장중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요 교역국에 보낸 관세 서한이 무역협정을 마무리 한 것이라면서도 항상 대화에 열려 있다며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무기 지원을 발표하고 50일 안에 러시아가 평화 협정을 맺지 않으면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들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대러 제재에 대한 시장의 일부 긴장감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50일간의 시한을 부여하면서 완화했다.
변동성은 확대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5.18% 오른 17.25를 가리켰다.
◆ 비트코인 폭주에 관련주도 상승
S&P500 11개 업종 중 1.2% 내린 에너지 등 3개를 제외한 섹터는 상승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부동산은 각각 0.73%, 0.67% 올랐으며 실적을 앞둔 금융업도 0.67% 전진했다.
비트코인이 12만 달러를 뚫고 오르면서 관련주는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보유량을 60만 개로 늘렸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주가가 3.78% 상승했다.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도 각각 1.80%, 1.65% 올랐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데스크는 PTC 인수 계획이 종료됐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후 5.05% 상승했다.
연구용 장비 제조사 워터스의 주가는 경쟁사 백톤 디킨슨의 바이오사이언스 앤 다이애그노스틱 솔루션 부문과 175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3.79% 급락했다.
반도체 설계 회사 시놉시스의 주가는 중국 규제당국이 35억 달러 규모의 앤시스(Ansys)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는 소식에 1.74%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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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7.15 mj72284@newspim.com |
◆ 관세 경계는 남아…"기업들, 변동성에 적응"
전문가들은 이번 주부터 본격화하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와 6월 CPI 공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ICA)의 제이 해트필드 설립자는 "CPI와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둔 일종의 일시 정지(pause) 상태"라며 "누구도 그런 빅뉴스 전에 무리한 포지션을 취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포지션을 유지한 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박이 결국 더 낮은 관세 합의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관세를 둘러싼 긴장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이컵스 매니지먼트의 라이언 제이컵스 설립자는 "관세는 시장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불확실한 위치에 놓이게 하고 있다"며 '"국제 기업들과의 사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관세 환경은 확실히 강화되고 있고, 이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새뮤얼 톰브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물러선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톰브스 이코노미스트는 "그렇다고 해서 관세가 다시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상황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며 "몇 주 동안 관세가 매우 높은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기업들과 공급망은 점차 진화하고 있고 이런 변동성을 감안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월가에서는 연말 S&P500지수 목표치의 상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BMO 캐피털 마켓은 연말 S&P500지수를 6250으로 예측해 올해 들어 2번째 상향 조정을 단행했다.
◆ CPI 앞두고 '멈춤', 연준 금리 정책 힌트 대기
투자자들은 15일 6월 CPI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물가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은 CPI에 대한 일부 초조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6월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6%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한 달 전보다 0.3%, 1년 전보다 2.9% 각각 올라 모두 5월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됐다.
GDS 웰스 매니지먼트의 글렌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 몇 주는 각국이 행정부의 8월 1일 관세 시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장에서 가장 큰 질문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이 여전히 배경에 남아 있는 관세 이슈를 상쇄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스콧 앤더슨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통령이 여러 나라에 대해 새로운 고율 관세를 잇달아 부과하려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협에서 아직 벗어난 건 확실히 아니다"고 지적했다.
CPI 결과는 연준의 일부 비둘기파의 논리를 희석할 수 있다. 이날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경제가 지지력을 보이고 있어 당장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WFII)의 토니 미아노 투자전략 애널리스트 등은 이날 투자 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된 규제 완화와 감세가 경제 성장을 가속할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2025년 단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 예상된다"며 연준이 올해와 내년 각각 한 차례씩 총 두 번만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오후 3시 기준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1.4bp(1bp=0.01%포인트(%p)) 오른 4.971%를 가리켰다. 이는 지난 6월 3일 이후 최고치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 채권 금리 오름세와도 맥을 같이 했다. 이날 3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는 2.8bp 상승한 3.235%로 약 14년간 최고치를 가리켰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