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서 MBC 소송·불법계엄 대응 등 지적
"외교부 대표해 국민께 사과…교훈으로 삼겠다"
'미완의 정부 외교장관' 조태열 퇴임식도 열려
차관·유엔대사·장관까지 이어받은 인연 눈길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이재명 정부 첫 외교 수장이 된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취임식에서 '윤석열 정부 외교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외교부를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를 돌아보며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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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조현 신임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2025.07.21gdlee@newspim.com |
조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보도한 문화방송(MBC)을 제소한 것과 12·3 불법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정권의 눈치를 보며 가능성이 희박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외교력을 낭비한 일 등을 지난 정부 외교부의 대표적인 과오로 지적했다.
조 장관은 "MBC를 제소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MBC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외교부는 이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또 "외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도 있었으며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지는데도 끝까지 '올인'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비판했다.
그는 "급기야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하기까지 이런 모든 과정에서 그간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에 외교부를 대표하여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찾되 앞으로 지난 정부 탓은 하지 않겠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을 확실히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인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강조했다. 그는 "변하는 국제정세 현실을 냉정히 판단하고 대통령이 강조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구현해야 한다"며 "먼저 지정학적인 불안정과 긴장이 심화하는 이 시기에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단계적, 실용적 접근 기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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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구내식당을 찾아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2025.07.21gdlee@newspim.com |
이날 조 장관 취임식이 열리기 1시간 전에는 조태열 전 장관의 퇴임식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조 전 장관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로 중도하차하게 된 미완의 정부 외교 장관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이 크다"는 소회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어 "정상 외교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 수장으로서 외교를 책임지며 이끌어야 했던 시기였기에 위기 관리자로서 책임과 불안은 더 컸다"고 토로했다. 그는 "절대 고독의 의미를 절감해야만 했던 절박한 상황 속에서 여러분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응원의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괴롭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교부 직원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1시간 간격으로 '공직생활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로 엇갈린 운명을 맞은 조태열 전 장관과 조현 장관은 외교부 입부 동기로 각별한 인연을 가진 사이여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외무고시 13회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통상 분야에서 같이 일한 동료였다. 조현 장관은 조태열 전 장관이 거쳐간 외교부 2차관과 유엔대표부 대사 등 요직을 한 발 뒤에서 따라 거쳤으며 결국 장관 자리도 이어받게 됐다.
조태열 전 장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그는 "조현 신임 장관님의 리더십 아래 높고 험한 파고를 슬기롭고 담대하게 헤쳐 나가시리라 믿는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