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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극한 환경에서 완성되는 혁신 기술력...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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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모빌리티 개발 핵심 시설 공개
공력시험동·환경시험동·R&H성능개발동·NVH동 탐방
바람·무더위·강추위·소음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연구

[화성=뉴스핌] 김승현 기자 = 이미 전 세계 권위 있는 완성차 평가 기관과 글로벌 시장에서 성능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미래 모빌리티 혁신 기술 선점을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기술력은 바로 남양연구소에서 나온다.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인 아반떼 N, 아이오닉 5 N, 아이오닉 6 N에서의 'N'은 남양(NAMYANG)연구소의 N에서 따왔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3일 남양연구소의 모빌리티 개발 핵심 시설을 공개했다. 1996년 설립된 남양연구소는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을 비롯해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차량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승용차부터 상용차까지 전 차종을 개발하는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기지로도 자리매김했다.

차량의 실제 주행 환경을 유사하게 구현한 다양한 연구개발 시설 가운데, 자동차 풍동 시험을 진행하는 공력시험동, 다양한 기후 조건으로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연구하는 환경시험동, 차량의 핸들링 및 승차감 성능을 개발하는 R&H성능개발동, 소음과 진동을 해석하고 차량의 감성 품질을 구현하는 NVH동을 둘러 봤다.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 공력시험동, 주행 효율과 고속 주행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공기의 흐름을 가다듬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1회 충전으로 더 나은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차와 공기역학의 관계는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다. 공력성능은 전비, 주행 안정성, 동력성능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에 제조사들은 자동차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력 계수, 즉 공기저항계수(Cd, Coefficient of Drag)를 낮추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공력 분야에서 한발 앞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왔다. 공력시험동은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공력 성능을 정밀하게 평가하고 개발하기 위해 특수 설계된 연구 시설이다.

총면적 약 6000㎡ 규모로 축구장 한 곳의 크기와 맞먹는 이 공간에는 대형 송풍기, 지면 재현 장치 등 실제 주행 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설비들이 집약돼 있다.

이 중 핵심은 단연 대형 송풍기다. 3400마력의 출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차량 속도 기준 200km/h까지 재현할 수 있다. 직경 8.4m에 달하는 송풍기의 날개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제작됐다.

실제로 100km/h 속도의 바람을 만들 때 발생하는 소음은 약 54dB 수준으로 일반 사무실 정도의 정숙함을 유지한다. 또한 주행 시 지면 환경을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시험실 바닥에는 총 다섯 개의 회전 벨트가 설치된 턴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지면 재현 평가가 가능하다.

차량의 네 바퀴 아래와, 차량 하부 바퀴 사이 바닥면에 벨트를 함께 회전시킴으로써, 바퀴의 구동뿐만 아니라 지면과 차량 하부 사이에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어 신뢰도 높은 공력 성능 평가가 가능해진다.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의 메인 팬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공력시험동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평가는 공력 성능 평가와 후류 최적화 평가가 있다.

공력 성능 평가에서는 차량 주행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는 저항력인 '항력'과 차체를 부상시키는 힘인 '양력'을 중점적으로 측정한다. '항력'은 전비와 가속 성능에 영향을 주고, '양력'은 주행 안정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전기차 공력 성능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후류 최적화 평가에서는 주행 시 차량 후면에 생기는 공기 흐름인 후류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차량 후미에는 공기가 소용돌이치듯 맴도는 와류가 생성되는데, 이는 후면에서 차량을 당기는 힘을 발생시켜 주행 안정성 및 전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후류의 형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최적화하느냐가 공력 성능 향상의 관건이 되는 이유다.

이날 공력시험동에서 기자단을 맞은 건 세계 최저 공기 저항 계수 0.144를 달성한 '에어로 챌린지 카'였다. 이 차는 현대차·기아 공력개발팀이 다양한 공력 성능 개선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콘셉트카다.

지금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초저항력 콘셉트카의 Cd값이 0.19에서 0.1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기아의 기술력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시험실 내부로 들어서 '에어로 챌린지 카'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액티브 카울 커버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액티브 리어 디퓨져 ▲통합형 3D 언더커버 등이 있었다.

이 기술들은 공력개발팀이 선행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당장 양산에 적용되지 않지만 향후 지속적인 성능향상과 검증 과정 등을 통해 공력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요소 기술로 활용할 방침이다.

여러 공력 기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함께 연동해 작동하는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와 액티브 리어 디퓨져다. 에어로 챌린지 카 후면에 숨겨져 있던 블레이드와 디퓨져가 뒤쪽으로 나오면서 리어오버행 길이가 40cm 연장되는 장치다.

차량 측면 및 바닥 길이가 확장되는 효과를 통해 측면 와류와 후류를 억제하거나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이어 '에어로 챌린지 카'에 연기를 분사해 차량 주변의 공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유동 가시화 시험'도 진행됐다. 각각의 기술이 작동될 때마다 공기 흐름 변화와 공력성능 개선 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 환경시험동, 폭설 내리는 영하 30도 조건에서 전기차를 테스트하는 까닭은

새로운 자동차가 개발을 거쳐 최종 양산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험실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50℃에 달하는 사막 기후와 영하 기온의 설원 같은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쾌적한 실내 환경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시험동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차량의 성능을 검증하는 출발점이다. 이곳은 차량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의 성능 개발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의 냉각 성능, 냉난방 공조 성능, 실내 쾌적성까지 차량 내 주요 열 관련 시스템의 모든 성능을 연구한다. 특히 전동화 차량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수소전기차의 스택, 전장 부품, 자율주행제어기 등 열에 민감한 전기·전자 부품의 회로 설계와 성능 검증, 공조 전비 개선까지 담당 범위를 넓히며 역할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환경시험동의 핵심 시설은 전 세계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환경 풍동 챔버다. 환경 풍동 챔버는 온도, 습도, 풍속, 밝기 등 다양한 환경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차량의 주행 부하와 속도까지 정교하게 제어 가능하다.

환경 풍동 챔버는 시험 환경에 따라 고온 풍동, 저온 풍동, 강설 풍동으로 구분되어 차량의 다양한 사용 조건을 재현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50℃ 고온의 중동 지역, 영하 30℃ 혹한 지역의 강설 환경 등 세계 각지의 극단적인 기후를 그대로 구현하며, 냉·난방 공조 시스템과 배터리 열관리 성능을 검증한다.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단순한 열효율 향상을 넘어, 주행 안정성과 실내 쾌적성, 전비 효율까지 전반적인 차량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고온챔버에서 아이오닉 6 N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먼저 고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고성능 전동화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 6 N의 차량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아이오닉 6 N은 섀시 다이나모미터(Chassis Dynamometer) 위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고, 시속 50km로 설정된 속도에 따라 바퀴를 연신 굴리고 있었다.

차량 위로는 수많은 조명 장치에서 눈부시도록 밝은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는 솔라(Solar)라고 하는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로 최대 1200W/㎡의 일사량으로 태양광 노출 환경을 모사한다.

챔버 내 설치된 전광판이 고온 시험 환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기온은 무려 50℃, 주행풍 속도는 시속 50km를 가리키고 있다. 주행 중인 차량 안에는 인체 모형에 다수의 온도 센서를 부착한 서멀 마네킹(Thermal Manikin)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어서 방문한 저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최근 선보인 기아 PV5가 시험 중이었다. 챔버 내부 온도는 영하 20℃로 설정돼 있었고, 차량 표면에는 성애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차가운 주행풍을 맞으며 다이나모 위를 주행 중인 PV5는 마치 혹한의 북유럽 겨울 도로 위를 달리는 듯했다.

이곳에서는 실내 난방 성능, 모터나 배터리의 저온 제어 성능 등을 시험한다.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연구원들은 혹한 조건에 노출된 차량 상태를 자세히 살피면서 난방 성능과 저온 제어 시스템 관련 데이터를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겨울철 전기차 배터리 효율의 검증 역시 이곳에서 이뤄진다.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고효율 히트펌프를 비롯해 최소 전력으로 최대 난방 효과를 내는 기술의 시험과 평가가 이뤄진다고 한다.

여러 환경 챔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곳은 강설 강우 환경 풍동 챔버였다. 이곳에서는 앞서 방문한 저온 환경에 더해, 눈과 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추가로 구동되고 있었다.

챔버 내부 온도는 영하 30℃로 설정돼 있었고 현대차 아이오닉 9이 시험대에 올라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차량 앞에서 거친 눈보라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챔버 내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눈보라가 거세졌다.

강설 분사와 주행풍 속도를 줄이고 챔버 내부로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입장 전 두꺼운 방한복을 걸쳤지만, 영하 30℃는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강설이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관찰하고 있었다. 전기차는 충전구와 프렁크의 눈 유입 여부도 굉장히 중요한데, 연구원들은 눈이 쌓이는 위치와 실링 구조의 밀폐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 핸들링주행시험기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핸들링 특성을 시험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 R&H성능개발동, 정교한 데이터로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을 구현하다

자동차의 주행 감각은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노면의 충격을 얼마나 부드럽게 걸러내는지, 선회 시 차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운전자는 안정감과 동시에 주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R&H(Ride&Handling) 성능은 파워트레인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차종에 공통으로 요구되는 기본 역량이다. 내연기관차, 전기차, 수소전기차를 막론하고 R&H 성능은 차량 완성도의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R&H 성능은 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는 과거 슈퍼카 급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가속력을 낼 수 있어 고속 영역에서의 주행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뿐 아니라, 차량 하중 증대로 서스펜션과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남양기술연구소의 R&H성능개발동은 차량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개발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시험 시설로 구성돼 있다. 지면에 닿는 타이어부터 서스펜션 모듈과 실차 평가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기아의 R&H 연구개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차량의 주행 성능을 결정하는 R&H 개발은 모든 주행 성능의 근간이 되는 타이어 개발로부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Uniformity) 시험기였다. 시험실 안에서는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해당 시험기는 최대 시속 320km까지 회전하는 드럼 위에서 타이어를 굴려 진동 발생 여부를 측정한다. 또한 드럼 위에 작은 클릿(Cleat)을 부착해 타이어가 요철을 통과할 때 움직임을 파악하고 승차감 특성까지 평가할 수 있다.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 타이어 특성 시험기가 작동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다음으로 살펴본 시설은 타이어 특성 시험기였다. 이 시설은 타이어의 강성과 접지 특성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살펴본 시험기와 다른 점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평평한 벨트 위에서 타이어를 굴린다는 점이다.

이처럼 회전하는 타이어의 조향각이나 캠버각을 변화시켜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힘과 반응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시험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는 차량 시뮬레이션용 가상 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다음으로 차량의 핸들링 특성을 연구개발하는 핸들링 주행시험기를 살펴봤다. 거대한 기계 장치 위에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그리고 차량 앞에는 120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의 주행 환경이 그대로 표시됐다. 차량 안에는 운전자 대신 주행 로봇이 설치돼 있는 상태. 이 로봇은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조작은 물론 수동 변속기도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다고 한다.

시험이 시작되자 코나 일렉트릭은 제자리에서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고, 마치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서 주행 시뮬레이션에 따라 차량의 선회 상황을 재현했다. 이는 차체와 지면간의 미끄러짐 각도(Slip angle)를 구현해 핸들링 성능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시설은 바로 승차감 주행시험기였다.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다양한 노면 조건에서 차량 반응을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장비다. 플랫 벨트와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성된 시험기는 실제 도로의 노면 변화를 그대로 재현해 타이어 접지면에 전달한다.

플랫 벨트 위에는 차량이 아닌, 아이오닉 5의 후륜 차축 모듈(리어 서스펜션과 타이어로 구성)만 올라가 있었다. 곧이어 플랫 벨트가 회전하면서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위에 올라간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시험기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반응했다.

초당 최대 40회까지 입력이 가능한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부드러운 아스팔트부터 요철이 많은 도로까지 여러 주행 환경을 시험할 수 있다. 또한 차량뿐만 아니라 모듈 단위로 시험이 가능해 보다 정밀하게 목표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다.

승차감 주행시험기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 각 지역의 노면 환경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 유럽, 중국 등 각 시장의 대표적인 노면 데이터를 시험기에 적용해, 현지와 동일한 조건에서 승차감을 평가할 수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축적되는 이 데이터는 단순히 승차감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맞는 주행 품질을 확보하는 데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남양연구소 NVH동 로드노이즈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 NVH동, 소음 분석과 공간음향 기술로 정숙함을 넘어 감성 품질까지 설계하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행 중 느끼는 정숙성과 편안함, 즉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성능은 탑승자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작은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미세한 진동 등을 탑승자가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현대차·기아는 NVH 성능을 차량 경쟁력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남양기술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해, 정숙성과 감성 품질을 모두 충족하는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의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차량이 주행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면가진(주행 중인 자동차가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받는 진동)을 구현해 차량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을 평가한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10×14m 규모로, 벽면은 두꺼운 흡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다. 덕분에 실험실 내부는 소리의 반사가 없는 무향의 공간이다. 내부에 설치된 샤시 다이나모는 차량 바퀴와 맞닿아 있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본뜬 패치가 부착돼 있는데, 시험 조건에 따라 아스팔트, 콘크리트, 험로 등 실제 도로의 노면 질감을 그대로 구현한 패치로 교체가 가능하다.

이날은 일반 국도의 거친 노면을 모사한 패치로 시험이 진행됐다. 테스트가 시작되자, 롤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특유의 낮은 방사음이 들려왔다. 주행 속도에 따라 톤과 음량이 달라지는 것이 모니터의 그래프와 함께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연구원들은 마이크를 운전석과 뒷좌석에 설치해 주파수별 소음을 계측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이런 노면 소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로드노이즈 시험 목적은 단순히 소리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음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설계와 소재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소음원을 줄여나가기도 한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로 발생한 작은 진동이 현가장치나 차체 구조에서 어떻게 증폭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부품의 소재와 설계를 조정한다.

남양연구소 NVH동 몰입음향스튜디오에서 앰비소닉 환경 속 버추얼 사운드 평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다음으로 찾은 시험 공간은 몰입음향 스튜디오였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몰입형 가상 평가 환경(VR)'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청각 환경을 구현해 차량의 음향 성능을 검증한다. 평가실 내부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VR 장비가 설치돼 있었고, 연구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다양한 도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사운드를 평가했다.

VR은 외부시험로, 교차로, 터널, 실내 주차장 등 매우 다양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으로 구현된 VR은 글로벌 연구소와도 실시간으로 합동평가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복다미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책임연구원은 "물리적으로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청각 정보만 주어지면 실제보다 더 크게 인지되는 경향이 있다. VR을 활용해 시각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 몰입감을 높이고 실제 주행과 유사한 조건에서 사운드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상환경 평가실은 단순한 음향 재생에 그치지 않고, 특정 차량의 음향 전달 특성까지 반영된 '버추얼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보행자 보호음(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의 경우, 스피커 장착 위치에 따라 보행자가 듣는 소리가 달라지는데, VR 환경에서는 차량의 이동 상황과 소리의 방향, 거리감까지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다. 이런 평가 방식은 각 국가별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고객이 불쾌하지 않게 느끼는 음향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살펴본 몰입음향 청취실은 실제 차량에 탄 듯한 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청취 좌석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스피커가 정교하게 배치돼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가상 도로 환경 속에서 주행 상황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데, 이와 동시에 돌비 애트모스(7.1.4채널)와 4차 앰비소닉(25채널)을 모두 청취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몰입음향 청취실은 고객이 실제로 느끼는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앰비소닉 모드는 측정된 공간의 음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실제 주행 환경과 가장 유사한 음향을 구현하며, 돌비 애트모스는 엔터테인먼트 음향을 개발할 때 사용된다.

이곳에서는 전기차 보행자 보호음(AVAS), 주행 중 실내 유입음, 로드노이즈 등 다양한 NVH 성능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다. 특히 64채널 마이크 어레이와 자체 개발한 헬멧 마이크로폰 어레이 장비로 실제 차량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 사운드를 구현하기 때문에 고객이 실제 주행에서 듣는 소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평가가 가능하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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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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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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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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