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31일 상호관세 행정명령 서명
자동차 15% 관세…한미FTA 기준으로 '손해'
막대한 자금 미국행…'산업 공동화' 우려
전문가 "전세계 무역 규모 자체가 감소할 수도"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15% 부과'로 결론났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이 FTA를 관세협상의 지렛대로 삼는걸 포기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12년 3월 발효 후 10년 넘게 양국 통상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한미FTA가 사실상 종료되고, 극한 경쟁 중심의 새로운 무역질서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정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오후(현지시간) 무역 협상 결과를 반영한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7일 후로 명시하면서 한국시간 기준 오는 7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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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한국 무역 협상단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협상 대표들이 현지시간 7월30일 상호관세에 합의한 후 백악관에서 엄지를 치켜세운 단체 사진을 찍었다. 백악관은 X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또 다른 역사적인 무역합의를 이뤘다"는 글과 함께 해당 사진을 게재했다. |
한미 FTA는 한국이 거대 선진 경제권과 맺은 첫 대규모 무역협정이다. 2012년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 말 기준 14.9%까지 상승했다. 수입도 같은 기간 8.3%에서 11.9%로 증가했다.
한미 FTA 이후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큰 폭으로 커졌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으로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공식화되면서 세 차례 개정 협상 끝에 2019년 개정의정서가 발효됐지만, 일시적인 흑자 감소만 있었다. 실제 2019년 114억달러였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지난해 557억달러로 5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번 관세협상으로 한국의 관세율이 15%로 조정되면서 앞서 협상을 마친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됐다.
협상의 쟁점이었던 자동차의 경우 FTA 기준 한국의 관세율은 0%에서 15%로 크게 올랐지만, 일본은 기존 2.5% 관세에서 15%로 사실상 12.5%의 세율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어냈다. 제조업 기반의 EU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EU가 미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산업 공동화' 현상도 우려된다. 한국 정부는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9조원), EU는 6000억달러(약 840조원)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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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대미 투자를 밝힌 한국 기업도 있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자동차, 부품·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달러(약 30조8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팹에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관세협상 카드 중 하나인 '조선 협력펀드' 조성은 선박 건조와 MRO(유지 보수 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국내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방국과 비(非)우방국 간 교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정 시한을 90일 연장하기로 했지만,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
이와 관련해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미국의 전 세계적인 관세 협상으로 교역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가 긍정적으로 흐를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FTA는 지적재산권 등 무형의 요소도 적지 않다"며 "(이번 관세협상에서) FTA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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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 기간 종료 시점인 8일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국가들에게 '다음 달 1일 발효'를 조건으로 한 관세율을 곧 통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전 취재진과 만나 관세 인상을 알리는 서한을 12개국 또는 15개국을 대상으로 7일(현지시간)부터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7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모습. 2025.07.07 mironj1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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