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협상 계속 진행 중… 언제든 부활 가능"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5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6개월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EU간 무역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7일 부과될 예정이었다.
이번 유예는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EU 수출품에 대해 15% 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타결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3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이 관세율은 오는 7일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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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EU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무역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7일 자동 발효 예정이었던 미국에 대한 관세 대응조치를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며 " (보복 관세) 유예는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EU가 무역 합의를 타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뜻이었다.
이번 유예 결정은 긴급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27개 회원국의 단순 과반 찬성만 있으면 되므로 이변이 없는 한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길 대변인은 "보복 관세 부과는 동결된 상태이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는 지난달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비해 총 930억 유로(약 150조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준비했다. 대상 품목에는 항공기과 부품, 자동차, 버번 위스키 등이 포함됐다.
한편 미국과 EU는 트럼프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합의한 무역 협정의 세부 내용을 놓고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자동차와 부품, 치즈 등 구체적인 항목에 대해 관세 부과 시점과 세율 등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독일의 주요 수출 품목인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27.5%의 관세를 언제 15%로 인하할지, 그리고 어떤 품목이 무관세로 거래될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우리는 자동차 관세 감면 혜택을 즉시 누릴 수 있도록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가 아예 면제되는 품목과 관련, 와인과 증류주의 포함 여부도 팽팽한 줄다리기 대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 항목에 대해 EU는 무관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또 화학 물질과 특정 의료 기기를 15% 관세율에서 제외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50%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에 대한 협상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관계자는 "철강 문제는 정치적 차원에서의 이해가 있었지만,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약간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상 결과를 놓고 EU 회원국 내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4일 "EU 집행위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너무 약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에 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회원국들로부터 명확한 신호를 받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놀랍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