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가 코믹하고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이 있는 로맨스로 찾아온다. 악마 코스프레에 푹 빠진 악귀의 오버액션이 잠시 황당하면서도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악마가 이사왔다'가 6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작품에선 94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던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과 임윤아가 다시 호흡을 맞췄다. 임윤아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과 함께 우직한 안보현의 캐릭터 연기가 돋보이는 동시에, 마치 '구미호' 시리즈를 보는 듯한 순수한 로맨스를 만난다.
퇴사 후 무미건조 집콕 일상을 보내던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는 아랫집에 이사 온 선지(임윤아)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새벽 시간, 기괴한 비주얼의 선지를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치고 엽기적인 그의 행동에 당황한다. 선지의 정체를 둘러싼 비밀을 들은 길구는 새벽마다 악마로 변하는 선지를 보호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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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한 장면. [사진=CJ ENM] |
안보현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순수한 내면의 무직 백수로서 평범한 듯 산뜻한 캐릭터를 소화한다. 무기력한 백수 생활의 마음 고생을 표현하면서도, 황당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리액션이 좋은 청년이다. 선지를 좋아하는 마음에 선지 안에 들어온 몹쓸 존재에게 쩔쩔 매기도, 사라져 달라고 애원하기도, 그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도 한다.
선지 역의 임윤아는 청순가련한 모두의 이상형과 괴팍하고 엽기적인 악마들린 캐릭터를 오간다. 거의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위화감이 거의 없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청순한 쪽이든, 엽기적인 쪽이든 선지의 비주얼이라면 모두 길구처럼 그에게 쩔쩔 맬 수밖에 없다. 억울한 사연으로 선지의 몸에 들린 존재도 임윤아라서 별 수 없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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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한 장면. [사진=CJ ENM] |
성동일과 주현영도 선지의 가족으로 등장해 맛깔나는 연기로 극의 빈 곳을 채운다. 초반 도무지 웃을 수가 없는 황당한 설정이 베테랑 연기자들의 열연으로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선지의 몸에 들린 악귀는 놀랍게도 새벽 2시부터 3시간 동안 활동하며, 누굴 해치거나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하지도 않고 얌전히 편의점을 털고 주변인들에게 괴팍하게 성깔을 부릴 뿐이다.
그럼에도 '악마가 이사왔다'가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다면, 길구와 장수, 선지를 둘러싼 이들의 진심 덕분이다. 헛웃음과 코웃음이 난무하는 초반의 억지스러운 신을 거쳐오면, 길구와 악귀의 관계도 선지와의 관계만큼이나 무르익는다. 악귀를 잡귀라 부르며 없애주겠다고 접근한 남자에게 필사의 저항을 하는 길구는 어느 새 진심으로 '악마'도 편안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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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한 장면. [사진=CJ ENM] |
결국 길구가 하는 마지막 선택과 떠나기 전, 사람들을 대하는 악마의 태도에선 어린 시절 시청했던 '구미호' 시리즈에서 경험한 뭉클한 감동이 있다. 누굴 위해 대단한 희생을 치르는 것은 아니어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정이 쌓이고 순수하게 다른 사람이 잘 됐으면 하는 선의와 행동들은 꽤나 뭉클하면서도 산뜻한 로맨스를 완성한다. 이제는 연기 베테랑이 된 임윤아의 노련한 감정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무해하고 순수한 웃음을 담보하는 동시에, 진심이 담긴 관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