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전문가' 이억원·'대통령과 인연' 이찬진, 금융당국 수장
이찬진, 경제 정책 경험 '전무', 여당서도 "前정부보다 심각"
금융권 기대반 우려반..."대통령과 금융 소통 잘 될 것 기대도"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금융정책과 감독당국 수장 인사가 관료 출신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재명 대통령과 인연이 가까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으로 꾸려지면서, 지난 정권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금감원장의 영향력이 금융위원장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억원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거시경제 분야의 정통 관료 출신이며,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각종 재판을 변호한 최측근 인사 출신이다. 금융가에서는 벌써부터 지난 정권에 이어 '실세' 금감원장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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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핌DB] |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에서는 재산 및 도덕성 등의 이슈보다 정책 현안이 더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해당 부분의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 원장이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후 기자실을 방문해 자신을 "과격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며 "어떤 괴물이 왔나 상상력을 발휘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평범한 육십이 조금 넘은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원장은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등의 경력으로 사실상 금융 감독 및 정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지만, 금융 감독을 총괄하는 금감원장으로 발탁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을 비롯해 정치권에서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우 대변인이 공식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을 변호했던 이찬진 변호사를 금융감독원장에 내정했다"며 "막장 보은 인사로 대북송금 재판 변호사를 임명한 것은 국민추천제가 쇼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맹공격했다.
이 같은 우려는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벌써부터 실세 금융감독원장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걱정"이라며 "무엇보다 금융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지난 정권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다.
금융권에서도 이 원장에 대한 긴장감이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 장사 관행을 비판해온 가운데 이 원장이 일성으로 '금융의 효율적 배분'과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금융권에서는 이후 이 원장이 은행권 개혁 및 수익구조 변화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의 구도가 지난 정권의 '실세 금감원장' 체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정책과 감독의 균형이 흔들릴 경우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우려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으면 현장의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대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직전 정권의 금감원장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가 되면서도 최측근이라는 장점을 살려 현 금융 현안을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된다"라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금융권이 긴장한다는데, 오히려 그로 인해 정책 결정을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