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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의사 불패'가 남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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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0년 이어 '의대 증원' 빈손 후퇴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아이들이 꿈꾸는 직업이 있다. '사'가 들어가는 직업이다. 의사와 판사,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의사만 직함 뒤에 '선생님'이라는 존칭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은 단순한 호칭이 아닌 존경과 신뢰를 상징한다. 의사 등 의료인은 인간의 하나뿐인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으로 불린다.

신수용 사회부 기자

인간의 생명 존중에 방점을 둔 직업 윤리가 세기를 뛰어넘어 존재하는 직업은 의사가 유일하다.

대표적인 예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한다'는 기원전에 만들어진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선서다. 이 선서는 현대 사회에서 제네바 선언(Declaration of Geneva)으로 이어졌다.

'의사 선생님'은 또 승리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과대학 정원 증원 2000명'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은 또 의사들의 손을 들어주며 끝이 났다. 앞서 2000년대 의약 분업과 2020년 문재인 정부 시기 의대 정원 증원안도 마찬가지였다.

1년 이상 등교 거부 투쟁에 나섰던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사실상 아무런 불이익 없이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위한 제도 개선도 신속히 진행 중이다. 연 단위로 운영하던 의대가 학기제로 바꾸면서까지 대학교 학칙을 손봤다. 의사 면허 취득을 위한 국가고시도 추가로 치러질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의대 정원 동결' 카드를 내밀었지만 학생들과 의사들은 이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반기에 접어들자 정부는 대학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어물쩍 다시 의사들의 편에 섰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의정갈등 속 이름 없는 죽음과 보이지 않는 고통을 목격했다. 수많은 응급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다 생을 마감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됐다. 이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일어났다.

의사와 학생들이 병원 밖에서 투쟁하는 동안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의료 공백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재난이 됐다. 의료진 부족으로 정부는 섬과 같은 산간벽지와 쪽방촌, 노숙인 진료소 의료진까지 대형 병원으로 빼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1조는 '환자 우선'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번 의정 갈등에서 의대생과 전공의 등 예비 의료진과 의사들은 그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

일부 의대 교수는 이들을 복귀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소수 의견으로 묻혔다. 현장을 지킨 의사들과 제때 복귀한 의대생 사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봐서다.

집단을 중시하는 의사 사회 특성상 괴롭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현장을 지키려 한 이들은 '감귤(집단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의대생을 비하하는 은어)'이라 부르며 응징 대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의사 사회는 겉으로는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더 큰 것을 잃었다. 사회적 신뢰와 존경,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지닌 무게 말이다.

이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회복하기도 어렵다. 대다수 국민은 의사들뿐 아니라 예비 의사인 의대생마저 자신의 생명을 1년 반 넘게 도외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듣고, 보고, 경험했다.

'의사 선생님'이 전과 같은 '선생님'이 아니게 된 이유다. 진정한 의미에서 '의사 선생님'을 부를 날이 다시 올 수 있지 의문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선생님'으로 의사를 꿈꿀 수 있을까. 

aaa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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