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 2배 확대 내세웠지만
실제 공공주택 ZEB 의무화 실적은 2%에 그쳐
LHRI, 고층형 ZEB 기술, 에너지맵 등 개발
"건축·도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주도하겠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건축물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연구원(LH) 토지주택연구원(RI)은 그간 실용화되지 못한 고층형 제로에너지주택(ZEB) 실증과 연료전지·분산에너지 설계 연구를 통해 건축·도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한다. 공공주택에 제로에너지 기술과 그린리모델링을 도입해 취약계층 주거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향후 과제로는 관계부처와의 협업·표준화·인증제도 개선 등을 통한 민간 확산과 제도 개선 등이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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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박시현 한국토지주택연구원 토지주택연구원(LHRI) 수석연구원이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 공동주택' 정책 콘서트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2025.09.20 chulsoofriend@newspim.com |
◆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 두 배 이상 확대
20일 LHRI은 서울 강남 과학기술컨벤션센터(ST Center)에서 개최한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 공동주택' 릴레이 콘서트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현 정부는 석탄 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지와 원자력 발전의 보완적 활용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등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 부문에서는 ZEB과 그린리모델링을 확대해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
신축 공공주택·공공건축물에는 ZEB 의무화를 적용하고, 제로에너지 기술을 공공임대주택에 도입해 취약계층의 주거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한다. 노후 건축물은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성능을 개선, 제로에너지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민간 부문에는 인센티브·세제 혜택·기술 지원을 통해 확산을 유도한다.
아파트 ZEB 의무화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2017년 제도 시행 이후 2024년 12월 기준 예비·본인증을 받은 공동주택(임대주택 포함)은 6880건 중 140건(2.0%)에 그친다.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에서 40% 미만에 해당하는 5등급이 75%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소형 가구 중심의 공공 공동주택이 많은 편이다.
ZEB 3등급 이상 인증 공동주택은 본인증 3건, 예비인증 3건에 불과하다. 본인증 사례는 모두 5층 이하 저층이고, 예비인증 사례도 최고 10층·18층이 중층에 그쳐 고층 사례는 전무하다. 대부분 건물은 옥상에 태양광 패널만 설치해 인증을 받았다.
LH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세종시 행복주택, 서울 고덕강일 임대주택 등에서 ZEB 3등급 이상 실증을 진행해 왔다. 2025년 2월 기준 주택·개발 공사의 인증 실적 98건 가운데 LH가 79건으로 가장 많다.
박시현 LHRI 수석연구원은 "20층 넘는 고층 공동주택은 지붕 등 태양광 시스템 설치에 유효한 면적이 연면적 대비 낮아 ZEB 3등급 이상이 요구하는 높은 에너지 자립률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지역 히트펌프나 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조합이 필요하지만 시장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고, 패시브·액티브·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의 최적 조합을 평가·적용할 모델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LH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고층형 ZEB 3등급 공동주택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에 나선다. 최고 25층, 전용 59㎡ 가구가 대부분으로 구성된 경기 군포시 군포대야미 A-1BL에 ▲BIPV(건물일체형태양광) ▲ESS(에너지저장장치) ▲소형 히트펌프 가구실별 제어 환기시스템 등 고효율·고성능 기술을 적용한다. 추가 공사비를 10% 이상 절감하고, 전국 표준모델을 도출해 공공·민간사업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제로에너지주택 확대를 위해 ▲관계부처 간 정책·제도 개선 ▲건축·기계·전기 공종 간 기술적 혼선 해소와 표준화 ▲ZEB 인증평가 프로그램(ECO2) 고도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전용 요금제 신설 등을 주문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증가로 건축비가 상승하는 만큼, 국토부는 표준주택·임대료 인상 제한 등 건축공사비 회수 방안과 상계요소 발굴도 병행해야 한다"며 "에너지 절감 및 탄소중립 효과를 반영해 기후환경요금 면제, 전기요금 감면 또는 ZEB 인증요금 신설 등을 법령에 명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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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유정현 한국토지주택연구원 토지주택연구원(LHRI) 수석연구원이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 공동주택' 정책 콘서트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2025.09.20 chulsoofriend@newspim.com |
◆ 환기·단열·기밀·스마트 빌딩 시스템 등 최적화 연구
LHRI는 정부의 에너지 중심 정책 변화에 맞춰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건축물의 성능개선에서부터 신기술·신산업 연계, 수소·연료전지 실증단지 구축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건축물의 물리적 성능 개선을 넘어 환기·단열·기밀·스마트 빌딩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를 최적화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주택 분야에서는 앞서 언급된 고층형 ZEB 3등급을 공동주택에 적용하는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삼척시와 협력해 수소 생산·저장·활용 실증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99가구 행복주택에 30kW급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를 설치해 에너지 자립률을 검증 중이다.
도시단위 에너지 설계에서는 GIS(지리정보시스템)·시계열 소비량을 연계한 '에너지 맵'(Energy Map) 개발을 통해 분산에너지 활용과 수급체계 설계를 고도화한다. 이 결과를 LH 신도시와 'RE100' 산업단지 분석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유정현 LHRI 수석연구원은 "건물·도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하고, 새로운 산업 육성과 정책 연착륙을 위해 강력한 규제와 새로운 에너지 접근을 위한 이른바 '플레이그라운드' 마련이 필요하다"며 "건축 중심의 에너지 접근 한계를 타파하고, 전통적인 설계·시공 기준을 넘어 기계·화학·전기공학 등과의 융합 연구를 강화해 산업의 다양화·세분화에 대응하는 '플레이어' 구성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LH는 에너지 소비 유발인자 중 하나인 생활패턴까지 고려한 연구와 사회과학적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연구주제를 발굴할 방침이다. 유 연구원은 "이러한 시도가 국내 건축·도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HRI는 이달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는 릴레이 정책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LHRI 주요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학계·연구기관·정부·민간 전문가가 모여 국토와 주택 정책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다. ▲지역 성장과 국토공간 혁신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 공동주택 ▲국민과 함께하는 공공주택 등 세 주제로 구성된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