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도 나오지 않는 현실 부동산 이야기
강남으로 이사간 직장인의 좌충우돌 과정 담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사는 곳이 강남이라고 얘기하면 무의식 중에 경제적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강남이 부이 상징 같은 동네가 된 것이다. '직장인입니다 강남으로 이사 갔고요 질문 받습니다'(페이지2북스)의 저자 대치대디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자기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직도 아니며, 대기업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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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직장인입니다 강남으로 이사 갔고요 질문 받습니다' 표지. [사진 = 페이지2북스] 2025.09.22 oks34@newspim.com |
그런 그가 어떻게 강남에 이사 가게 되었을까? 이 이야기는 평소 친한 형이 "야, 사실 나 이번에 강남으로 이사 가게 됐는데..."로 시작하는 친근한 이야기에 가깝다. 집을 팔려고 나무를 심고, 무리한 딜을 시도하다 망신을 당하고, 부동산 사장님들에게 무시당하는 이야기까지. 친하지 않으면 털어놓기 힘든 실수담들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이렇게까지 솔직하다고?' 싶을 정도다. 바로 그 점이 책의 가치다.
대부분의 부동산 책은 부동산 책들은 "야, 너두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어"라며 화려한 장면만 남겨두고 그 전의 실패와 허둥댐은 지워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착각한다. '이렇게만 하면 된다더라.' 그러나 이 책은 정반대다. 실패를 보여주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저자는 '부동산 모태솔로'였다. 결혼 초기에 운 좋게 미분양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게 전부. 매도 경험은커녕, 매수조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갈 때 돈 없어 보이면 무시당한다는 이야기를 믿고, 십 년 전 아울렛에서 산 프라다 티셔츠를 꺼내 입고 눈치 보며 문을 열던 초보였다. 그가 부동산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건, 딸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 한 번 입학하면 이사할 때마다 전학을 가야 하니 쉽지 않다. 더는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좋은 교육환경을 주고 싶다는 마음, 더 좋은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결국 그를 학군지로 이끌었다. 그게 강남이었다.
그는 어떻게 고덕에서 강남으로 갈아타기에 성공했을까? 얼마나 걸렸을까? 돈은 얼마나 필요했을까? 그리고 행복해졌을까?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자. 화려한 매뉴얼이 아닌, 계약서에도 없는 현실 부동산 이야기들이 때론 '현웃' 터지게 웃기고, 때론 짠하고, 때론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80쪽. 1만8천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