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총리 입장 변화 없으면 불신임 불가피"
부유층 세금 신설, 연금 개혁 중단 등 놓고 입장 차 못 좁혀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신임 총리가 2026년 긴축 예산과 연금 개혁 등을 놓고 좌파 정당 사회당과의 타협이 결렬되면서 취임 3주 만에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회당이 총리 퇴진 움직임에 나선다면 르코르뉘 총리의 실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사회당은 프랑스 의회 전체 의석 577석 중 66석을 차지해 비율이 11.4%에 불과하지만 집권 여당과 극우 정당, 좌파 진영이 3등분하고 있는 프랑스 정치 지형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지난 9일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에 이어 신임 총리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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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신임 총리로 지명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사진=로이터 뉴스핌] |
르코르뉘 총리는 지난 26일 일간 '르 파리지앵(Le Parisien)'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세금 신설과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인 연금 개혁의 중단 등을 주장하는 좌파 의원들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의회에 제출할 예산 초안이 전임자 바이루 총리가 설정했던 재정 적자 목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말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를 기존 4.6%에서 소폭 상향한 4.7%로 조정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당은 후퇴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의 입장이 "완고하고 불합리하다"고 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이날 BFM TV 인터뷰에서 "(10월 3일) 총리가 내놓을 전체 예산안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며 "이번이 양측이 만나는 마지막 만남"이라고 말했다.
포르 대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다. 정부는 의회의 불신임 투표로 무너질 것이고 아마도 의회 해산으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우리는 그 상황에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FT는 "르코르뉘 총리는 는 아직 장관 명단조차 발표하지 못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연합이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총리는 긴축 예산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기력하게 권좌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브뤼노 코트레 교수는 "르코르뉘 총리는 점점 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총리와 사회당의 대립은 예측 불가하고 비일관적인 정치적 기싸움"이라고 했다.
그는 "며칠 전만 해도 르코르뉘 총리가 성공할 확률을 50%로 봤지만 지금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이 된 2017년 이후 총리 임명 전까지 한 번도 물러나지 않고 장관으로 재직한 유일한 인물이다. 마크롱과 아주 가까운 사이일 뿐 아니라 야당 지도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평을 받았다.
FT는 "르코르뉘 총리는 친기업 개혁과 감세 등 마크롱 대통령의 업적을 최대한 지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