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발언에 글로벌 반도체 급락
"단기 충격 불가피하지만 업황 여전히 견조"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국내 반도체 대형주 역시 프리마켓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나 업황 자체는 견조하다"며 조정 구간을 '매수 기회'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13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오전 8시 10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71% 하락한 9만900원, SK하이닉스는 4.67% 떨어진 40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두 종목은 지난 10일 각각 6%, 8% 이상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주말 사이 미·중 갈등이 급격히 심화되면서 급락세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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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주말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중국산 첨단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는 반도체·소프트웨어 기술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했고, AMD(-8%), 브로드컴(-6%)이 5~8%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56% 떨어지며 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이 같은 급락으로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증권가에서도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주가 사이클의 정점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56배로 2018년 사이클 최고치(1.44배)를 넘어섰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겹치며 조정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하락은 단기 과열 해소 성격이지만, 밸류 고점 구간에 들어선 만큼 추격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급락은 불가피하더라도 업황 자체는 여전히 상승 궤도에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매수 둔화가 단기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실적 상향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 구조적 사이클은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오히려 비중을 늘릴 수 있는 매수 구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10월 들어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했고, 낸드플래시 수출도 110% 가까이 늘었다. AI 인프라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지속되며 반도체 수요 구조가 과거와 달라진 점이 중장기 모멘텀으로 꼽힌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역시 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 주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조정시 메모리 업체들은 펀더멘털 기반의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주가 조정을 비중확대 기회로 활용할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14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에 주목하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현재 10.1조원으로 형성돼 있다. 9월 이후 환율과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로 보면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실적 상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준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발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로 인한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상승 모멘텀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반도체 업종의 경우, 3분기부터 실적 모멘텀 회복이 예상되며, 해당 모멘텀은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지분율도 올해 5월부터 상승 추세가 지속돼 49.67%까지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의 경우 9월 모멘텀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재 국면, 유동성, 반도체 실적 등을 고려할 경우 수출 모멘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반도체 수출 비중은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9월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큰 폭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예상 순이익이 연초 대비 39% 증가하며 3년 연속 이익 증가 구간에 진입했다"며 "AI 인프라 확산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결합된 구조적 업황 개선이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4월 미·중 무역분쟁 국면에서도 코스피는 상호관세 발표 이전 주도주였던 기계, 조선, 방산을 중심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당시를 생각해 보면, 주도주를 사는 것이 무역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코스피를 이끄는 주도주는 반도체"라고 강조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