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복 3·4블록 사업재개로 '회생' 불구 1·2, 5·6블록은 결국 취소
시행사, 일방적 '문자 통보'…LH에 계약금 반환소송까지 '분통'
4년 기다린 사청자들 분노…"국감서 책임규명 등 적극 나서야"
[파주=뉴스핌] 최환금 기자 = 운정3지구의 핵심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운정중앙역 역세권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이 심각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운정3지구 특별계획구역은 운정중앙역을 중심으로 주상복합아파트(주복)와 오피스텔·백화점 등 상업·업무시설, 문화공간이 결합된 역세권 중심 복합지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상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역세권 개발의 상징인 주복 6개 블록이 흔들렸다. 이 중 2개 블록(3·4블록)이 먼저 사업포기했으나 이후 재매각으로 회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머지 4개 블록(1·2, 5·6블록)과 상업용지 시행사인 인창개발이 최종 사업취소해 위기감이 커졌다.
더구나 인창개발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4년여를 기다려온 사전청약 당첨자(사청자)들에게 사업 취소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일방 통보해 사청자들이 분노하면서 허탈감과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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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중앙역 주복 사전청약자에게 사업취소를 문자로 통보해 허탈해 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AI생성] 2025.10.18 atbodo@newspim.com |
◆주복 3·4블록 재매각으로 정상화 '불씨' 살렸지만…
운정중앙역 역세권 개발의 난항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주복 6개 블록 중 3·4블록의 시행사였던 DS네트워크가 먼저 악화된 부동산 경기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 대금 납부를 못하면서 사업포기를 선언해 특별계획구역 개발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3·4블록을 포함한 주복 사청자들은 '사전청약 피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강력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운정중앙역 집회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국토교통부 등에서 '시행사 교체 후에도 사청자 지위 승계'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해당 부지를 재매각 과정을 거쳐 시티건설이 새로운 시행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3·4블록 사업은 극적으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이는 사전청약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기를 비대위 활동을 통해 일부 정상화시킨 이례적인 사례로 큰 호응을 받았으며, 나머지 블록 사청자들에게도 희망의 불씨로 기대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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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가 주복 부지 현장에서 지위보장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최환금 기자] atbodo@newspim.com |
◆인창개발도 '휘청'…'책임 회피성' 문자 통보에 사청자 분노
하지만 주복 1·2, 5·6블록의 시행사인 인창개발도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사업 포기를 결정해 사청자 등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인창개발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자금 조달 실패와 미분양 리스크 증가 등 최악의 상황으로 사업 대금 납부를 끝내 이행하지 못했다. 결국 운정중앙역 역세권 주복 용지 전체 6개 블록 중 4개 블록이 민간 사업자가 떠나는 '전면 좌초'나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사업 포기 결정이 사청자들에게 전달된 방식이 논란을 일으켰다. 인창개발 측은 "경기 악화 등 불가피한 사유로 부득이하게 사업이 취소됐다"며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청자들에게 사전청약 당첨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수년 동안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며 다른 청약 기회까지 포기했던 사청자들은 이 같은 통보 방식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사청자는 "오랜 시간 기다려 온 내 집 마련의 꿈이 문자 한 통으로 사라졌다"며 "4년간의 기회비용과 정신적 피해에 대해 시행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전청약 제도가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중요한 방향이었던 만큼, 허술한 사업자 관리와 취소 과정의 비인도적인 통보 방식이 공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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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된 주복 부지 모습. [사진=최환금 기자] 2025.10.18 atbodo@newspim.com |
◆'4년 기다림' 허탈…정부·LH, 책임있는 대책에 적극 나서야
이번 1·2, 5·6블록의 사업 취소로 인해 사청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2021년 당시의 분양가 상한제 가격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었던 호기를 완전히 상실했다.
특히 지난 4년간 운정지구의 아파트 시세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이들이 청약 통장을 다시 사용해 동일하거나 더 나은 입지의 주택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3·4블록 사청자들이 비대위를 통해 지위 승계라는 선례를 만들었지만 1·2, 5·6블록의 경우 시행사가 완전히 사업을 포기하고 부지가 LH로 환수되면서 재추진을 위한 과정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 해당 부지는 다시 LH의 관리에 놓여 재매각 등 향후 활용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의 PF 경색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LH가 곧바로 새로운 민간 사업자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만약 사업이 장기화되거나 LH가 사업 계획을 대폭 수정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경우 이는 역세권 개발의 속도를 늦추고 GTX-A 개통 시점에 맞춰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파주시 도시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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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초기 제시된 운정중앙역 특별계획구역 조감도. 4년여 지난 현재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LH] 2025.10.18 atbodo@newspim.com |
사청자들은 정부와 LH가 단순한 부지 환수와 재매각을 넘어 피해 당사자들의 지위와 손실된 기회비용을 실질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4년간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달랑 문자 한 통으로 '할 일 다했다'는 식의 시행사 태도에 사청자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더구나 인창개발이 몰수된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기 위해 LH를 상대로 700억원대 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사실이 알려져 분노를 더하고 있다.
이에 비대위 등 시민사회에서는 국정감사에서라도 정부와 LH의 관리 책임을 명확히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교통부는 사전청약 제도의 설계와 시행사 심사 기준을 마련한 주체이고.LH는 직접적인 사업 시행자로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운정3지구 특별계획구역 좌초 사태는 단순한 시행사 실패가 아니라 정부와 공기업의 부실한 검증과 관리 그리고 청약자 보호 부재가 빚은 구조적 붕괴라고 할 수 있다.
국정감사에서조차 이 사태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은 정부의 국민주거정책에 대한 무책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동산 주거 정책은 속도보다 신뢰, 공급보다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통해 주택정책 전반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될지 주목된다.
atbod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