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우주론 검증·신경재생 등 대표 성과 공개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의 장기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미래기술육성사업'이 12년간의 누적 지원 결과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항체 발굴 기술을 상용화한 바이오 스타트업 '프로티나(Proteina)'는 기초연구가 기업 성장으로 연결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 프로티나,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기업으로
7일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미래기술육성사업 2025 애뉴얼 포럼'을 열고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포럼에서는 장기 연구지원이 실제 산업화로 이어진 사례로 서울대 윤태영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스타트업 '프로티나(Proteina)'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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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티나는 2014년부터 5년간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아내는 고속 항체 스크리닝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항체 발굴 과정에 AI과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해 기존 방식보다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후 윤 교수가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설립한 프로티나는 올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회사는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국책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 대표 연구성과 4건 공개…기초과학부터 반도체까지
이번 포럼에서는 프로티나 외에도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성과를 낸 4개 대표 과제가 소개됐다.
먼저 전명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가 현대 천문학의 대표적 이론인 '표준 우주론'과 불일치하는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2024년부터 지원받아 수행 중에 있다.
전 교수는 연구를 통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초기 은하들이 지난 100여 년에 걸쳐 정립된 표준 우주론의 계산 결과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였음을 보여주는 등 표준 우주론이 설명할 수 없는 초기 우주의 데이터를 제시했다. 해당 과제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이 대한민국 순수 과학의 연구 토대를 튼튼히 하고자 하는 취지의 지원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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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에서 경희대 전명원 교수가 연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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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에서 KAIST 김재경 교수가 연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김재경 KAIST 교수는 인체의 24시간 주기 리듬인 '생체시계'를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수면 질환의 원인을 찾는 연구를 제안하여 2019년 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해당 기술은 사람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알려주는 AI 수면 관리 기능인 'AI 수면코치'로 개발되어 '갤럭시 워치8'에 탑재됐다.
조용철 DGIST 교수는 신경의 재생과 퇴행과정의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과제로 2018년 선정됐다. 신경 손상 이후 벌어지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인 마비의 치료 방법은 아직까지 전무하고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영역이 훨씬 더 많은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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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에서 DGIST 조용철 교수가 연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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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애뉴얼 포럼에서 서울대 김장우 교수가 연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김장우 서울대 교수는 데이터센터의 과부하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제안, 2015년 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해당 시스템 반도체 기술은 높아지는 AI 성능에 따른 서버 간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2022년 김 교수가 창업한 '망고부스트'는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하며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미래기술육성사업의 특징은 연구의 목적은 있지만 정해진 목표가 없다는 점"이라며 "목표가 없으니 도달하지 못해도 실패가 아니며, 연구의 필요성과 가치가 명확하다면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도 정부 과제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탐색적·기초연구를 위한 민간 연구비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 민간 재단이 과학·의학 분야에 지원한 연구비는 약 45조 원으로, 정부의 순수 연구비(130조 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12년 전에 시작된 삼성의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시대를 앞서간 결단이었다"고 평가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