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투자 -9%…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
내년 반등폭 2% 그칠 듯
전세 매물 감소·공급 축소로 수도권 상승 압력
지방은 미분양 부담 지속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건설경기가 내년에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금리 완화와 민간 수요 회복에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불확실성, 정비사업 규제, 공급 차질 등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건설·주택 시장 반등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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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건설투자 전망 [자료=대한건설정책연구원] |
◆ 저성장 고착화된 건설 투자시장…"회복 속도 구조적으로 더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은 26일 '2026년 건설·주택 경기 전망'을 통해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약 9% 감소한 264조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2%)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상반기에는 -12.2%, 하반기는 -5.8%를 각각 기록했다. 건설투자액은 약 264조원으로, 2024년(290조2000억원) 대비 내림세를 드러냈다.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착공과 건설기성 등 동반 지표가 급감하며 현장 경기 부진이 심화됐다"며 "구조적으로 회복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내년 건설투자는 올해보다 2.0% 증가한 약 269조원으로 반등할 전망이다. 민간 건설수요가 일부 회복되고 금리 완화 기대감이 반영되겠으나 상승 폭은 제한적이다. 한국은행은 3.8%,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 성장을 각각 예견하며 비슷한 수치를 드러냈다.
민간 건설경기는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PF 불확실성, 재무구조 악화, 착공 여력 부족 등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공공 부문의 경우 일부 SOC(사회기반시설)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전체 시장을 끌어올릴 수준은 아니라는 예측이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이미 2025년의 대부분 프로젝트가 착공 지연 또는 보류된 상황이라 2026년 반등 폭도 구조적으로 제한된다"며 "자재비 안정화는 긍정적이지만, 수익성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투자 증가폭이 크지 않은 것은 경제성장률 대비 건설투자 비중의 구조적 하락과 관련이 깊다. 실제로 한국의 건설투자 비중은 OECD 평균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었다가, 200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조정돼 현재는 GDP 대비 13~14%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박 연구위원은 "향후 한국 건설산업은 연평균 0~1%대 저성장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 경기부양보다 생존전략·산업 재편·스마트 기술 도입 등 구조적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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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전국 주택 착공 실적 추이 (오)전국 주택 준공 실적 추이 [자료=대한건설정책연구원] |
◆ 착공 회복에도 준공 25% 줄어…물량 압박에도 공급 확대 '미미'
내년 주택가격의 경우 수도권은 2~3% 상승하겠으나, 지방은 1% 하락하거나 보합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경제성장률이 완만한 회복세로 전환된다는 전망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수도권의 경우 공급 감소 우려로 상승 압력이 유지되고 거래 회복세가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 인구 감소와 수요 둔화로 인한 미분양 부담이 지속돼 상승 여력이 제한된다는 평가다. 전세시장은 전세대출 규제 영향으로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이 증가하면서 전체 매물 공급이 줄고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량은 올해 대비 약 6% 증가할 전망이다. 반대로 준공은 약 25%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고하희 건정연 부연구위원은 "과열기로 불리는 2020~2021년 늘어난 착공 물량이 이미 준공 단계에 도달해 지난해 준공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며 "침체기(2022~2023년) 동안 급감한 착공 실적의 영향으로 2025년 이후 준공 물량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착공은 2023년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전환됐지만 인건비·자재비 상승 등 공급 환경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지적됐다. 내년 착공 물량은 35만3000가구, 준공 물량은 29만3000가구로 각각 제시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7 공급대책과 10.15 대책 이후 주택공급, 정비사업, 부동산 PF, 미분양, 3기 신도시 등 주요 시장 현황에서 다양한 구조적 제약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공급 지연과 사업성 악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주택시장에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 시장 부진 원인으로는 느린 공급 속도를 꼽았다. 서울 내 개발 가능 부지가 부족해 그린벨트 해제와 정비사업이 사실상 서울의 주요 공급 대안이지만 최근 10년 동안 해제된 면적은 3.23㎢로 전체 면적의 약 0.2%에 그친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더라도 입주까지 통상 6~10년이 소요된다.
2018년 발표된 3기 신도시 공급 일정도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3기 신도시는 토지보상 갈등, 교통대책 차질 등으로 대부분의 입주는 2027~2028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고 부연구위원은 "광역교통대책의 갈등과 변경으로 '선 교통, 후 입주'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며 "공급 지연이 구조적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 대책'과 관련해서는 정비사업 추진에 제약이 커지는 환경이 형성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대출 축소 등의 규제가 도입되며 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고 부연구위원은 "서울시와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정부와의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