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철회 요구
우원식 의장 '필리버스터' 나경원 발언 박탈
민주 "민생 발목 잡기 넘어 민생 탄압·쿠데타"
[서울=뉴스핌] 이바름 한태희 박서영 윤채영 기자 = 2025년 정기국회 마지막 날도 파행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견을 보이는 사법개혁안에 대한 강행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무제한토론 중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회를 선포하고, 질서유지 명목으로 야당 의원의 발언권을 2번이나 강제로 빼앗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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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던 중 의제와는 관련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여야 의원들이 나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25.12.09 yooksa@newspim.com |
국회는 9일 오후 4시 본회의를 열고 최근 여야 합의로 통과된 2025년도 예산안 처리에 따른 부수 보증동의안 3개 안건을 처리했다. 국회는 이날 총 62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모두 비쟁점법안들이다.
4번째 안건인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107명은 무제한토론 요구서를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으로, 상임위 숙려 기간(180일)이 경과함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 올려졌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의원은 '8대 악법' 철회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은 가맹사업법에 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말씀드린다"면서도 "민주당이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8대 악법을 철회하라는 것을 요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문제 삼고 있는 '8대 악법'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4심제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공수처법 개정안(공수처 권한 확대) ▲정당 현수막 설치 제한법(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유튜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법(국회법 개정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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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던 중 의제와는 관련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우원식 의장이 발언을 제지하고 있다. 2025.12.09 yooksa@newspim.com |
나 의원이 무제한토론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원식 국회의장은 나 의원의 마이크를 강제로 꺼버렸다. 우 의장은 나 의원이 가맹사업법과 관련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 앞까지 나와 우 의장의 행동을 '폭거'라고 주장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 가맹사업법에 대한 절차 문제부터 설명하는 과정을 우 의장이 일방적으로 제지했다고 지적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우원식 의장이야 말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며 "국회의장의 독단적 법해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채로 발언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을 향해 "마이크를 켜달라"고 외쳤다. 우 의장은 그러나 이번엔 나 의원이 가슴에 찬 무선 마이크를 문제 삼으면서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이크가 꺼진 채로 나 의원이 한 시간 이상 발언한 뒤에서야 우 의장은 마이크를 통한 발언을 허용했다. 하지만 나 의원이 우 의장의 독단적 국회 본회의 운영을 지적하자 우 의장은 이번엔 필리버스터 와중에 정회를 선언하며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필리버스터 진행중에) 여야 원내대표와 정회를 위한 사전 협의도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정회를 한 것은 국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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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2.09 yooksa@newspim.com |
송 원내대표는 "우 의장의 위법행위에 대해 법적조치가 가능한지 여부를 철저히 따져보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국회법 제 145조 절차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은 회의장이 소란해 질서를 유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 회의를 중지하거나 산회를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도중 중단된 적은 1964년 이효상 의장이 당시 김대중 의원 필리버스터 중 마이크를 끈 후 61년 만이다.
본회의 속개 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우 의장은 나 의원이 의제에 벗어난 발언을 한다며 한 차례 더 발언권을 박탈했고, 가맹사업법에 대해서만 발언하는 것을 조건으로 30여 분만에 발언권을 돌려줬다.
나 의원은 이날 자정까지 무제한토론을 계속했다. 자정이 돼 회기가 끝나면서 무제한토론도 자동 종결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 발목 잡기를 넘어서 민생탄압이고 민생쿠데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직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오늘 통과시켜야 될 민생법안에 모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는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 맞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논란의 법안들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개혁법안은 개혁법안대로 민생법안은 민생법안대로 제때 처리하겠다"면서 "민주당은 비상한 각오를 다지며 오늘 이 시간부로 국회 정상화와 민생 개혁 완수를 위한 비상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righ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