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톤당 1만 5,000달러도 가능"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공급 차질과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수차례 신고가를 찍은 구리 값이 내년에도 랠리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각)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구리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화, 전력망 확충,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배선, 전력 전달, 냉각 인프라용으로 막대한 양의 구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씨티는 광산 공급 제약으로 인한 구조적 공급 부족과 함께, 차익거래 기회로 인해 미국에서 구리 사재기가 지속되는 점이 가격 급등을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전 세계 구리 재고를 흡수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미국 외 지역의 고갈된 재고까지 추가로 끌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초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3,000달러, 나아가 내년 2분기에는 1만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바타 커모디티스 최고경영자(CEO) 앤드루 글래스 역시 미국 내 실물 구리 사재기가 국제 시장의 가용 물량을 잠식하면서 구리 가격이 '성층권급 신기록'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NG의 원자재 전략가 에바 만테이도 내년 2분기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높은 구리 가격이 에너지 집약 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경기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 금요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1만 1,816달러로 또 한 번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개월물 선물은 1만 1,515달러에 마감했다.
◆ 관세 우려가 구리값에 '터보 엔진' 달았다
전문가들은 CNBC에 이번 랠리의 최근 국면이 관세 우려로 '터보 엔진이 달린 듯' 가속화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이 2027년부터 정련 구리 수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스톤엑스의 나탈리 스콧-그레이 수석 금속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극심한 수급 타이트함은 미국으로 유입되는 정련 구리에 대한 관세 우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는 미국 외 지역의 구리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금융서비스 회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으로 유입된 정련 구리 물량은 약 65만 톤 증가, 이에 따라 미국 내 재고는 약 75만 톤 수준으로 확대됐다.
스콧-그레이는 미국 내 구리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대규모 물량을 미국으로 선적할 유인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광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이번 구리 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을 '심각한 생산 차질의 해'로 규정하며, 여러 대형 광산업체들이 생산 차질로 인해 출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주요 구리 생산업체들이 2026년 구리 생산량을 약 30만 톤 줄이는 방향으로 가이던스를 수정했다.
도이체방크는 "전반적으로 시장은 명백한 공급 부족 상태에 있으며, 광산 공급은 2025년 4분기와 2026년 1분기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며, 2026년 상반기에 가격과 수급 긴축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