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양형연구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제 기업 문화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아 형사처벌 위주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전날 오후 2시 '중대재해 처벌과 양형'을 주제로 제15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축적된 사례와 해외 법제를 바탕으로 더욱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양형기준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1세션은 '비교법적 관점에서 본 중대재해 처벌–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 양형기준 적용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혜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07년 영국이 기업과실치사법을 제정해 기업에 의한 중대재해를 '기업 살인' 등으로 정의하고 해당 법률의 양형기준을 설정해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양국 법제 모두에 대해 처벌이 실제 기업 문화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형사처벌 위주의 접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경영책임자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며 조직적 과실의 입증이 어려워 수사·기소의 부담이 크고, 개인 처벌과 기업 처벌의 중첩 등으로 인한 이중처벌의 문제 등 비판점도 제시했다.
김범준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사업주의 형식적인 사후 조치나 피해자 측과의 합의와 같은 전통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산업안전 전문기관의 조치 내용, 산업재해 예방 관련 안전 공학적 지표 등을 최대한 반영해 처벌이 실질적 예방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형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검사는 현실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전면적으로 불이행하는 경우는 드문 반면, 영세기업은 상대적으로 대응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2세션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와 양형기준'을 주제로 진행됐다.
범선윤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의무위반 정도나 비난가능성을 평가할 때는 안전관리 시스템의 미비나 안전문화의 부재라는 제도적·구조적 원인과 이를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조치 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별 사고의 원인에 집중하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안전 시스템의 결함으로 양형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고, 사고의 직접적 원인보다는 해당 기업의 안전보건 체계의 구조적 결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원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유족과의 합의에 지나치게 과도한 감경 효과를 부여하기 보다는 재발방지조치의 이행과 병행돼야 한다"며 "기업 스스로 준법 감시 체계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안전보건의무의 실효적 이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동현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위험성평가의 충실한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의 참여 ▲복수의 유해·위험요인 파악 방법의 병행 ▲위험성 감소의 효과를 고려한 대책의 우선순위 선정 ▲수립된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한 확인·점검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