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17일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시각 변화 속에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의 본질이 AI 수요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ROI) 실현 시점에 대한 재평가에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이후 시장의 AI 경계감은 완화되기보다 오히려 강화됐다"며 "중요한 것은 실적 수치가 아니라 이후 주가 반응으로, 이제 시장은 '투자가 늘어난다'는 사실보다 '언제부터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느냐'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로드컴은 AI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인프라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이동하면서 단기 마진 희석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이는 수요 둔화 신호라기보다 ROI 실현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인식이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설명했다. 오라클 역시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 확대가 확인되면서 현금흐름 전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는 이러한 글로벌 AI 논쟁에서 미국과 다른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노 연구원은 "한국은 AI 투자 주체라기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중간재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AI 투자 지속 여부가 수출, 평균판매가격(ASP), 가동률, 실적에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AI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달러 강세와 변동성 확대가 나타나고, 이는 외국인의 코스피 익스포저 축소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증시를 점검할 핵심 변수로 빅테크 CapEx의 절대 수준 유지 여부 HBM 비중 확대가 가격 효과를 넘어 실제 물량과 비트그로스(Bit Growth)로 이어지는지 여부, 환율과 변동성 흐름을 꼽았다. 노 연구원은 "CapEx 증가율 둔화보다 총액 유지가 중요하며, 지연(delay)과 취소(cancel)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략 측면에서는 방향성 예측보다 조건부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노 연구원은 "현재까지의 정보는 투자 취소가 아닌 일정 지연 시나리오를 지지한다"며 "반도체 비중은 유지하되 1월 실적 발표에서 출하, 믹스, CapEx 가이던스가 확인되기 전까지 공격적 확대는 유보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력·변압기·전선 등 AI 인프라 후방 산업은 병목 이동의 수혜로 상대적 방어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이번 AI 논쟁은 수요 붕괴가 아니라 '속도'에 대한 조정"이라며 "CapEx 절대 수준과 메모리 물량 가이던스가 유지될 경우 AI와 반도체 베타 재확대 기회는 다시 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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