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 캐릭터 완구업체 팝마트 인터내셔널(HKG: 9992)의 주가가 8월 고점 대비 40% 넘게 급락하며, 간판 캐릭터 '라부부(Labubu)' 열풍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지난 8월 26일 335.40홍콩달러에 거래됐던 팝마트 주가는 전날 195.70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던 팝마트는 최근 홍콩 증시에서 최악의 성과를 보인 종목 중 하나로 전락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데다, 리셀(재판매) 시장 수요까지 둔화되면서 라부부가 장기적인 IP(지식재산)인지, 아니면 단기 유행에 그칠 캐릭터인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비니 베이비(Beanie Babies)' 붕괴 사례와의 비교도 제기된다.

데이터 분석업체 예핏데이터(YipitData)에 따르면 팝마트의 북미 매출 증가율은 12월 6일 기준 분기에서 424%를 기록했지만, 이는 9월까지의 직전 3개월 대비 절반 이상 둔화된 수준이다.
S&P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팝마트 주식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은 11월 이후 세 배로 늘어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SPDB 인터내셔널 홀딩스의 소비재 애널리스트 리처드 린은 "시장은 현재 팝마트의 단기 실적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높은 전년 대비 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이미 높아진 기저를 안고 내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핵심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회의론은 중국 2차 시장에서의 가격 약세가 나타나면서 더욱 증폭됐다. 이는 수집품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초기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내 휴일 쇼핑 시즌 부진을 가리키는 고빈도 데이터가 나오자 12월 초 주가는 이틀 만에 약 14% 급락했고, 8월 고점 이후 누적 시가총액 손실은 약 240억 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헬로키티 운영사 산리오 전체 시가총액의 약 세 배에 해당한다.
파이낸시에르 드 레키에(Financiere de L'Echiquier)의 아시아 주식 운용 책임자 케빈 네트는 "투자 심리는 명확히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며 "지금은 재진입을 서두르기보다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 말 기준으로도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비싸진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는 주당순이익(EPS) 전망에 물음표가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의 펀더멘털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팝마트의 2025년 상반기 매출은 139억 위안(약 2조 9200억 원)으로, 2020년 연간 매출의 5배를 넘어섰다. 해외 사업 확장이 성장을 이끌었으며, 9월까지 3개월간 매출 증가율은 최대 250%에 달했다.
팝마트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징에 4만㎡ 규모의 테마파크 '팝랜드(Pop Land)'를 개장했고, 라부부 영화 제작을 위해 소니 픽처스와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자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설립과 주얼리 브랜드 '포팝(POPOP)' 출시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행보는 라부부 열풍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증권가 평균 12개월 목표주가는 359.23홍콩달러로, 최근 종가 대비 약 84%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는 11월 보고서에서 "차익 실현과 단기 조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주가를 바닥 밸류에이션까지 끌어내리는 것은 과도하게 선제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팝마트가 디즈니와 같은 다중 플랫폼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에게 입증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글로벌 전략의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의 연말 실적 부진은 의구심을 키웠다.
라부부는 여전히 미국 수집품 거래 사이트 스톡엑스(StockX)에서 인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때 정가 대비 두세 배에 거래되던 제품들이 최근에는 정가 이하로 거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빅 인투 에너지(Big Into Energy)' 시리즈는 정가 168달러에서 현재 약 11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최고점에서는 400달러에 육박했다.
에드몽 드 로칠드 자산운용의 샤오둥 바오는 "현재 가장 큰 우려는 라부부와 핵심 IP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지 여부"라며 "라부부 매출이 둔화될 경우 다른 캐릭터들이 이전에 주가에 반영됐던 성장세를 충분히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