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브랜드는 성장 무대, 대형사는 신제품 실험장
불닭부터 헬시푸드까지…대형 식품사 전략을 미리 보다
109개 파트너사·160여 개 브랜드 참여…오는 21일까지 이어져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같은 쌀이라도 품종과 도정 방식에 따라 향과 식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18일 마곡 코엑스에서 열린 컬리푸드페스타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쌀 도슨트'였다. 참가자들은 작은 종이컵에 담긴 밥을 들고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먹기 전에 듣고, 듣고 나서 다시 맛보는 구조였다. 해당 부스 관계자는 "나에게 더 맞는 쌀을 찾기 위한 체험"이라고 소개했다. 컬리푸드페스타가 올해 지향하는 방향은 분명했다. 더 많은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는 미식 경험이다.

◆ 먹고 지나가는 대신 머물며 즐기는 미식 체험
이 흐름은 행사 전반에 걸쳐 이어졌다. 인형뽑기, 도슨트 프로그램 등 체험 요소가 부스마다 배치되면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한 브랜드 앞에 머물렀다. 단순 시식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설명과 놀이가 결합된 형태로 구성됐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늘 먹던 제품이 아닌 새로운 제품을 경험하고 체험하며 개인의 미식 경험을 늘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컬리푸드페스타는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재방문 고객 비중이 유독 높다. "거의 매년 온다"는 반응이 낯설지 않다. 티켓 가격 대비 가져갈 수 있는 제품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지만, 올해는 그 이상의 변화가 감지된다. 부스를 빠르게 순환하는 대신, 한 제품을 여러 방식으로 체험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동선 설계도 이에 맞춰 조정됐다.
컬리 측에 따르면 지난해 관람객 밀집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해 올해는 부스 수와 티켓 판매 규모를 조정했다. 그 대신 한 부스에 머무는 체험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행사장 중앙에는 대규모 휴식존도 새롭게 마련됐다.

◆ '신제품 미리보기'…테스트베드로 진화한 푸드페스타
중소 브랜드에게 컬리푸드페스타는 '판매 행사'가 아니라 성장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크림서울' 부스 관계자는 상호명부터 제품 콘셉트까지 컬리와 함께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작은 매장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컬리의 기획과 마케팅 지원을 통해 메뉴를 고도화하고 판매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브랜드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윈윈' 구조다.
대형 브랜드 부스에서는 실험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삼양식품은 불닭으로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병아리콩을 만두피처럼 가공해 불닭 소스를 찍어 먹는 메뉴를 전면에 내세웠다. 익숙한 불닭의 맛에 헬시푸드 요소를 결합한 시도다. 이는 삼양식품이 불닭 이후를 고민하며 추진 중인 푸드케어 전략과 맞닿아 있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헬시푸드, 간편식 부문 브랜드 리뉴얼에 나서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들에게 컬리푸드페스타는 단순 신제품 홍보가 아니라, 향후 방향성을 소비자 반응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풀무원과 오뚜기 등 다른 대형 식품사들도 마찬가지다. 잘 팔리는 제품보다 실험적인 메뉴를 중심에 배치해 소비자의 반응을 살폈다. 현장을 찾은 고객들은 "신제품 테스트 현장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컬리푸드페스타가 대형 브랜드에게는 오프라인 테스트베드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는 21일까지 코엑스 마곡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첫날부터 109개 파트너사, 160여 개 F&B 브랜드를 즐기기 위한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컬리 측은 4일간 총 약 2만 3000여 명의 관람객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재훈 컬리 최고커머스책임자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컬리푸드페스타에서 대표 미식 축제에 걸맞은 큐레이션과 풍성한 콘텐츠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컬리와 160여 개 브랜드가 준비한 다채로운 맛은 물론 오감으로 즐기는 체험을 통해 행복한 연말의 추억을 남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