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수원FC는 김현석·박건하 부임 예정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K리그가 본격적인 '감독 교체의 겨울'로 접어들었다. 어느 해보다 굵직한 이름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이번 오프시즌은 지도자 이동만으로도 판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K리그1 챔피언 전북 현대를 비롯해 울산 HD, 제주SK FC, 그리고 K리그2의 수원 삼성까지 기업구단 네 팀의 감독 자리가 동시에 비어 있는 상황이다. 한 시즌에 이처럼 다수의 핵심 구단이 한꺼번에 사령탑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자연스럽게 이번 겨울은 지도자 최대어들의 거취를 중심으로 한 '감독 시장 대이동'이 예고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의 중심에는 광주를 떠난 이정효 감독이 있다. 이 감독은 2022년부터 시민구단 광주를 이끌며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K리그1 승격을 시작으로 2023시즌 리그 3위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진출과 코리아컵 준우승까지 더하며 지도력과 전술 역량을 확실히 증명했다.
이 같은 성과에 여러 구단이 이정효 감독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조건이 만만치 않았다. 이 감독은 자신의 지도 철학을 함께 구현해 온 코치진 전원이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로 인해 상당수 구단이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났고, 결국 수원 삼성이 이 조건을 받아들이며 사실상 승자가 됐다. 수원은 이정효 감독 영입을 위해 기존 코치진과 결별하는 강수를 뒀다.
시즌 종료 직후 영국으로 출국했던 이 감독은 귀국 이후 광주와 남아 있는 계약 정리 절차를 포함해 수원행과 관련된 행정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은 이 감독에게 1·2부를 통틀어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시했으며, 승격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단장급 권한까지 부여해 강력한 리더십을 보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북 역시 차기 사령탑 선임을 서두르고 있다. 코치진의 인종차별 논란이라는 돌발 변수 속에 거스 포옛 감독과 결별한 전북은 김천을 이끌고 있는 정정용 감독을 유력 후보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 체제의 김천을 거친 다수의 선수들이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으로 원소속팀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서울 이랜드 감독을 거쳐 2023년 김천 지휘봉을 잡은 정 감독은 2024시즌과 2025시즌 연속으로 리그 3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국가대표급 젊은 선수들이 밀집된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팀 컬러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감독은 팀 운영에서 전권을 독점하기보다는 코치진에 상당 부분 권한을 위임하고, 프런트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유형의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인물이 바뀌더라도 축구 철학과 시스템이 지속되는 '항상 우승을 노리는 팀'을 만들고자 하는 전북의 장기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몰리며 힘겨운 시즌을 보낸 제주는 새로운 방향을 택했다. 제주는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한국 대표팀에서 수석코치를 맡았던 세르지우 코스타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타 코치는 2007년부터 벤투 사단의 핵심 멤버로 활동해 왔으며, 감독 경험은 많지 않지만 굵직한 무대에서 팀을 지휘한 이력이 있다.
특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벤투 감독이 퇴장으로 자리를 비운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직접 지휘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완성했다. 한국 대표팀과 결별한 이후에도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에서 벤투 감독을 보좌하며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다.

울산의 선택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여러 이름이 오르내렸던 울산의 새 감독으로는 전남을 이끌었던 김현석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지난 10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신태용 감독을 경질한 이후 오랜 시간 새 사령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정효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에는 김도균 이랜드 감독에게 제안을 건넸지만, 김 감독이 남은 계약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무산됐다. 정정용 감독 역시 울산과 논의가 이어지던 중 전북과 합의에 도달하면서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중국 슈퍼리그 청두를 떠난 서정원 감독도 후보로 거론됐으나, 중국 잔류 의사가 강해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
결국 선택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울산은 전남과 결별한 김현석 감독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2024시즌 충남 아산을 이끌고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고, 2025시즌에는 전남에서 다시 한번 승격에 도전했지만 6위에 그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K리그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1군 감독 경력이 2년에 불과하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한편 2부로 강등된 수원FC는 김은중 감독과 결별을 확정한 가운데 박건하 감독이 차기 사령탑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 감독은 수원 삼성에서 선수로 10년 이상 활약했고, 코치와 감독을 모두 경험한 '리얼블루'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최근까지는 홍명보 감독을 보좌하며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활동했다.
다만 수원 삼성 감독 시절 드러났던 경험 부족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