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핌] 남정훈 기자 = 삼성화재 고준용 감독대행은 결과와 상관없이 코트 위에서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에게 먼저 박수를 보냈다.
삼성화재는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한국전력과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2-3(27-25 19-25 25-23 15-25 17-19)으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미힐 아히(등록명 아히)와 김우진이 나란히 맹활약하며 두 선수가 합계 47점을 책임졌지만, 마지막 고비에서 집중력이 흔들리며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이 패배로 삼성화재는 연패 기록이 11경기까지 늘어났다. 지난달 12일 대한항공과의 2라운드 첫 경기부터 시작된 긴 부진의 터널은 이날 한국전력전에서도 끝나지 않았다. 시즌 성적은 2승 15패, 승점 8에 머물렀고, 6위 우리카드(6승 10패·승점 19)와 격차 역시 크게 벌어지며 순위 경쟁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럼에도 고준용 감독대행의 시선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향해 있었다. 그는 경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과감함을 주문했다. 고 대행은 "범실을 절대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블로킹에 걸리거나 실수가 나오더라도 자신 있게, 소신껏 플레이하다가 나오는 결과라면 괜찮다고 강조했다"며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화재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은 모습으로 코트를 누볐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무기력하게 무너진 경기가 아니라 마지막 한 끗 차이에서 갈린 아쉬운 승부였다. 고 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내 주문을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라며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는데, 부족한 부분은 감독인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삼성화재는 선발 세터로 알시딥 싱 도산(등록명 도산지)을 내세웠지만, 2세트 중반 이후 노재욱이 투입되며 두 선수가 번갈아 코트를 지켰다. 이에 대해 고 대행은 "현재로서는 노재욱이 아히와의 호흡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라며 "도산지는 국내 레프트진과의 궁합이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국내 선수와 속공, 아히까지 모두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재욱이를 기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대행 데뷔전이었던 만큼 운영 면에서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작전 타임 사용 시점이나 비디오 판독 요청, 선수 교체 타이밍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지만, 고 대행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선수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팀을 이끌었다.
다만 본인은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고 대행은 "처음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실수도 많았다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흐름이 나쁠 때 리듬을 어떻게 다시 잡아줄지에 대해서는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자신의 데뷔전을 돌아봤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삼성화재가 반등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었던 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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