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국채 금리는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신뢰지수가 급락했다는 지표가 발표되면서 23일(현지시간) 장 초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는 강한 성장 지표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눌려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171%로, 전일 대비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4.829%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국채 금리를 한때 끌어올렸지만, 이후 소비 심리 악화를 반영하며 되돌림이 나타났다.

◆ 소비심리 둔화·연준 인하 기대가 시장 방향 결정
미 상무부는 이날 발표한 3분기 GDP가 연율 기준 4.3%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3.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성장세는 주로 견조한 소비 지출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날 공개된 1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89.1로, 시장 예상(91.0)을 밑돌며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장 지표의 '표면적 강세'와 달리, 소비 심리는 뚜렷한 둔화 신호를 보인 셈이다.
노스라이트 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이 같은 성장 속도를 유지한다면 경기 둔화 우려는 줄어들 수 있지만, 시장의 초점은 다시 물가 안정이라는 제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연준 정책 기대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3.81bp(1bp=0.01%포인트) 오른 3.544%를 기록했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는 63.1bp로 비교적 가파른 수준을 유지했다.
금리 인하 기대는 오히려 후퇴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연준이 내년 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13.3%로 낮아졌다. 시장은 연준의 첫 인하 시점을 6월로 보고 있으며, 2026년에 25bp씩 두 차례 인하가 반영돼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8.02로 0.2% 하락하며 이틀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는 10월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2017년 이후 최대 낙폭이 예상된다.
GDP 발표 이후 달러는 엔화와 유로화 대비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여전히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달러/엔 환율은 156.26엔으로 하루 기준 0.5% 하락했고, 유로/달러 환율은 1.1779달러로 0.2% 상승했다.
엔화는 일본 당국의 개입 경계 발언 속에 장 초반 강세를 보였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엔화의 과도한 움직임에 대해 대응할 충분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의 구두 개입 신호로 해석됐다. 다만 일본은행(BOJ)이 최근 신중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엔화 약세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말 휴장과 유동성 감소 국면 속에서, 채권·외환시장이 성장 지표보다 소비 심리와 연준의 정책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은 25일 성탄절로 휴장한다. 하루 전인 크리스마스이브에 뉴욕 주식 및 채권시장은 각각 오후 1시 및 2시에 조기 폐장한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