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에 있어서 2025년은 파란만장한 해였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신두르 작전과 미·인 무역 협상, 세제 개혁, 루피 환율, 생산연계 인센티브(PLI)를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5대 이슈로 꼽았다.
◆ 신두르 작전
신두르 작전은 인도가 지난 5월 파키스탄에 대해 벌인 미사일 공격이다. 인도는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파할감 지역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했고, 5월 7일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파키스탄 내 테러시스트 기반 시설 등 9곳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인도의 신두르 작전에 파키스탄도 반격에 나서면서 양국은 6년 만에 무력 충돌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양국 간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됐던 가운데 인도와 파키스탄은 충돌 4일 만에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당시의 긴장 고조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을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달라진 외교적 행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FT는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의 실세로 꼽히는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을 백악관에 초청하는 등 파키스탄과 밀착하고, 인도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양국 휴전의 공로를 자신에게 돌리면서 미국·인도 관계가 악화했다고 지적하면서다.
인도가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외교 정책을 재정비하기 시작한 것도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올해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고, 12월에는 인도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밀함을 과시했다.
FT는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동시에 그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드러냈다"며 "2026년에도 인도는 이러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인도는 미국·중국·러시아와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주변국의 긴장 상황에도 대처해야 하는 어려운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 美·印 무역 협상
인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선보였던 모디 총리는 올해 2월 워싱턴을 방문해 양국 교역액을 2030년까지 5000억 달러(약 717조 8500억 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무역 협정 체결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르면 5월 전 합의를 타결해 미국과 가장 먼저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인도는 아직까지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인도는 25%의 국가별 상호 관세에 더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된 25%의 제재성 추가 관세까지 총 50%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상황이다.
라제시 아가르왈 인도 상공부 차관은 이달 초 "최근 세계 무역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도 최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인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 협상 조건이 최종 확정됐고 대통령 서명을 남겨두고 있다고 전하며 "내년 협상 타결은 더욱 확실해 보인다. 협상이 완료되면 수출 부문의 불확실성을 최소한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제 개편
인도 정부는 지난 8월 중순 상품 및 서비스세(GST)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소비세인 GST를 낮춰 내수를 진작함으로써 미국의 고율 관세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목표였다.
낮아진 GST 시행 시점을 인도 최대 소비 성수기인 축제 시즌에 맞추면서 GST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고, 그 결과 자동차 등 일부 분야의 판매가 급증했다.
이와 함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은행 부문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노동법도 개정했다.
FT는 "이러한 개혁의 결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인도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며 내년에도 개혁 과정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루피 절하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루피는 올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현재까지 약 6% 하락하며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인 91.14루피까지 떨어졌다.
인도 중앙은행(RBI)이 루피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루피의 내년 전망도 밝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달러당 100루피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FT는 "수출업체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수출은 인도의 주요 산업 부문이 아니다"라며 "국제 유가가 낮아 인도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아직 감당 가능한 수준이지만 내년 유가가 상승한다면 루피 약세는 인도 경제에 이중고를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인도가 제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PLI는 올해 전자 및 반도체 분야에서 특히 활발하게 시행됐다.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현재 300개 이상의 휴대폰 제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2위의 휴대폰 생산국이 됐다.
올해 초 애플을 비롯한 대형 기술 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 내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애플의 최대 공급업체인 폭스콘과 타타 일렉트로닉스는 내년 종료 예정인 PLI 제도의 최대 수혜 기업들로 꼽힌다.
인도 정부는 올해 3월 반도체 외 전자 부품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27억 5000만 달러의 예산을 승인했다. 향후 6년간 7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약 10만 개의 직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내년에 PLI 제도를 다른 분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