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디지털 관세와 다른 차원
실물과 자산시장 동시 타격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연초부터 '트럼프 관세'가 또 한 차례 뜨거운 감자다. 이번에는 그린란드가 심장부다. 지정학과 안보를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관세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와 유럽이 미국의 그린란드 지배·매입 구상을 가로막고 있다며 덴마크를 포함한 8개 유럽 국가(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2월 1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부터는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의 이유가 "무역 적자"가 아니라 사실상 "안보·영토 게임"이라는 점에서, 통상규범 위반 논란이 한층 강해진다.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해 주요 외신과 미국의 공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위 '그린란드 관세'는 지금까지 시행된 관세 정책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고, 그만큼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달라질 수 있어 주목된다.
우선 타깃이 특정 품목이 아니라 해당 국가에서 오는 모든 상품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상이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분석을 보면, 자동차·부품, 럭셔리 소비재, 기계·화학, 농식품 등 사실상 유럽의 주요 수출 산업 전반이 관세 위험에 들어간다.
둘째, 명분이 그린란드와 NATO 방위비 같은 안보 변수에 걸려 있어, 경제적 합의만으로 봉합하기가 더 어렵다. 마지막으로, 중국·전기차·배터리 문제까지 얽혀 있어, 미·EU·중 3각 구도가 동시에 흔들리는 형태로 번질 수 있다.

유럽은 이번에도 그냥 맞지는 않겠다는 태세다.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은 이미 1000억달러 규모의 미산 제품을 잠재적 보복관세 리스트에 올려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철강·알루미늄 관세 때와 마찬가지로, 상징성이 크고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들이 다시 거론된다. 켄터키 버번 위스키, 위스콘신 치즈,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일부 농기계와 픽업트럭 등이 그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단이 더 많다. 유럽은 최근 중국과의 전기차(보조금·덤핑) 관세 분쟁을 조정하는 와중이었고, 동시에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도구(anti-coercion instrument)라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다. 프랑스와 독일, EU 집행위 주요 인사들은 이번 미국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을 이 도구를 실제 가동할 첫 테스트 케이스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 하나의 카드가 무역협정이다. 포춘과 유로뉴스 보도에 따르면, EU는 미국과 추진 중이던 새로운 무역·투자 협정 논의와 방위·에너지 협력을 일부 동결하는 방안도 탁자 위에 올렸다. 2018년과 달리, 지금 유럽은 중국·러시아를 상대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 온 만큼 미국과의 경제동맹을 일부 후퇴시키더라도 대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정치적 논리도 힘을 얻는다.
관세 전쟁의 첫 번째 피해자는 언제나 실물경제다. 2018년 철강·알루미늄 관세 당시 미국 상무부 보고서는 관세가 미국 철강업 일자리를 약 8700개 늘린 반면, 철강 가격 상승과 보복관세로 인해 자동차·기계·농업 등에서는 최대 40만개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당시 일부 미국 제조업체는 생산비 급등을 이유로 투자 계획을 줄이거나 해외 생산으로 선회했다.
AI 도구를 이용한 분석 결과 이번 그린란드 관세는 규모와 타깃 면에서 그때보다 더 광범위하다. 8개 유럽국의 대미 수출에는 자동차·부품, 기계·화학, 항공우주, 럭셔리, 농식품 등 고부가 산업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내부 메모에서,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연간 수십억유로 규모의 수출이 위협받고, 독일·프랑스·스웨덴의 완성차·부품 공장에서 수만 개의 일자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유럽의 보복관세도 미국 내 실물에 상처를 낸다. 2018년 EU 보복 때 켄터키 버번과 위스콘신 치즈 수출업체들은 유럽향 주문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퍼센트 감소했고, 농가·중소 제조업체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에 EU가 준비 중인 1000억달러 규모 보복 리스트에는 항공기·자동차·에너지·농식품까지 포함될 수 있어 피해는 특정 주가 아니라 미국 제조벨트와 농업벨트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더 중요한 건, 이 충격이 에너지·AI 인프라·전기요금과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송전망 투자 때문에 전기요금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EU 관세 전쟁이 재점화되면 유럽산 장비·부품·에너지 인프라의 비용이 함께 오르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과 기업의 설비투자 계획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자산시장도 긴장하는 표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 이후 프랑스·독일 일부 럭셔리·자동차·기계주의 P/E가 단기간 10~15% 조정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쪽에서는 EU 보복 리스트에 이름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위스키·농산물·일부 산업재 기업들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린란드 관세는 중국·러시아·북극 항로·희토류·AI 인프라를 둘러싼 장기 경쟁의 한 단면이자 미국이 관세를 외교·안보 카드로 상시 활용하는 2.0 체제의 신호일 수 있다고 월가는 지적한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