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비용 압박 현실화
대형사 기술 선점 속
중견·중소사 설 자리 좁아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올해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규제가 본격 강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소음 저감 기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성능검사 확대와 고성능 바닥 구조 적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고성능 바닥 구조 의무화…원가율 높은 업계 '이중고'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제도의 내실화가 추진된다. 핵심은 검사 신뢰도 제고다. 기존 2% 수준이던 표본 비율을 5% 이상으로 확대하고, 기준 미달 시 보완시공을 의무화한다. 또한 전체 가구 바닥 공사 이전에 현장 성능을 점검하는 중간점검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라멘 구조 등 다양한 주택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성능 인정 활성화를 위해, 바닥충격음 사전인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검사 데이터 분석과 신청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성능검사 정보망 구축도 병행된다.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원룸·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거 형태가 다양해졌음에도 공동주택에만 층간소음 관리가 적용되는 점에 대한 비판을 반영해, 비공동주택 층간소음 실태와 민원 현황 분석 후 관리 대상 확대도 검토된다.
규제 강화에 맞춰 대형 건설사들의 기술 개발 경쟁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LH로부터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성능 1등급을 추가로 인정받으며 '층간소음 제로 하우스'를 선언했다. 자체 연구시설에서 개발한 고성능 바닥 시스템을 현장 적용하고, 입주민 만족도 조사까지 연계한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물산은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건식과 습식 바닥 모두에서 1등급 이상 성능을 확보했다. 대우건설은 350㎜ 두께의 고성능 바닥 구조를 앞세워 중량·경량충격음 모두 1등급을 충족하는 기술을 전략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완충재와 진동제어, 알림 서비스까지 결합한 '패키지 전략'을 내세우는 회사도 있다. GS건설은 전용 완충재를 적용한 바닥 구조로 중량충격음 31dB, 경량충격음 27dB을 기록하며 1등급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능동형 진동제어 기술을 활용한 저감 장치를 개발해 신축과 리모델링 시장을 동시에 겨냥했다. DL이앤씨는 1등급 바닥 구조와 실시간 소음 알림 시스템을 결합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 가산비 신설에도 비용 부담 여전…분양가 압박 지속
문제는 비용이다. 업계에선 층간소음 규제 강화가 대형 건설사 중심의 기술 경쟁을 촉진하는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의 설 자리를 더욱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성능 바닥 구조를 구현하려면 건축비뿐 아니라 연구개발비 투입도 불가피한데, 가뜩이나 원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사비 부담은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2.45로, 2000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재료비와 노무비, 장비비 상승이 누적된 가운데 층간소음 규제 대응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분양가 상승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5000만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의 경우 5269만5000원에 달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되면 건축비뿐 아니라 이를 맞추기 위한 연구개발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형 건설사는 감당이 가능하겠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는 별도의 기술 개발 여력이 부족해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부담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층간소음 가산비 항목을 처음으로 신설했다. 중량충격음 성능 1등급 차단구조 적용 시 지상층 건축비의 2.0%, 2등급은 1.0%를 가산비로 인정한다.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가 250㎜를 초과하면 0.5%, 300㎜를 초과하면 1.0%를 적용하되 중복 적용은 불가능하다.
현재 고시된 지상층 기본형 건축비는 1㎡당 217만4000원으로, 최대 2% 가산 시 1㎡당 약 4만3000원의 분양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다만 이 가산비 수준이 실제 비용 증가를 충분히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가 엇갈린다.
소비자 인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공동주택 거주자 1000명 중 86%는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다면 분양 시 50만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1000만원 이상 부담할 의향이 있거나 금액과 무관하게 부담하겠다는 응답도 각각 3.8%, 3.4%로 나타났다.
송상훈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높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분양가나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저비용 고효율 기술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규제 강화가 신축 공동주택뿐 아니라 노후 공동주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공 지원을 통한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접적인 공사비 보조가 아닌 금융 지원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인 성능 개선을 유도하는 구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든다. 이와 관련해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 사업'이 하나의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노후 건축물의 건축주가 창호 교체나 자동환기장치 설치 등 에너지 성능 개선 공사를 시행할 경우, 정부가 공사비에 대한 대출 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층간소음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인숙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위원은 "노후한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측정과 진단, 바닥 및 천장의 보강·보완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