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럽 빈집 정책 비교
한국형 활용 전략 필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저출산·고령화로 빈집 문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빈집 정비가 여전히 철거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 주요국들은 빈집을 지역 자산으로 활용하며 인구 유입과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해외 사례로 살펴보는 빈집 문제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국은 2024년 처음으로 빈집 통계를 작성했으며 전남·전북·경남·경북 등 수도권에서 먼 지역일수록 빈집 수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빈집 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2024년 기준 빈집 정비실적 중 78%가 철거로 추진돼 기존 관리체계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빈집을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일본의 빈집 은행과 유사한 빈집 플랫폼 '빈집愛'를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빈집 문제는 사회적 과제다. 일본은 2014년 '빈집 등 대책의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빈집을 유형별로 관리하고 있으며, 2030년 빈집 수를 400만가구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빈집 은행을 운영해 매각·임대를 지원하고, 리모델링 주택에 품질을 보증하는 '안심R주택'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관리된 빈집에 대해서는 재산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방치 시에는 과태료 부과나 강제 철거 등 페널티를 병행하고 있다.
유럽은 정책 목표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다르다. 영국과 프랑스는 주택 부족 해소를 위해 도심 빈집 소유자에게 중과세를 부과하는 등 패널티 중심 정책을 강화했다. 영국은 빈집 인정 기준을 '6개월 이상 공실로 남은 집'으로 단축하고, 최대 300%의 지방세 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주택 부족 지역의 빈집에 연 임대료의 최대 34%를 과세하는 빈집 보유세(TLV)를 운영 중이다.
네덜란드는 인센티브 중심 정책을 택했다. 빈집허가제를 통해 일시적 빈집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도심 노후 주택을 저가에 매각한 뒤 실거주를 의무화하는 '클뤼스 전략'을 시행한다. 이탈리아는 '1유로 주택' 정책으로 시골 빈집을 매각해 지역경제 회복을 도모하고 있으며, 세금 공제와 이주 지원금 등을 병행한다.
연구소는 해외 사례의 공통점으로 단순 관리 대상이 아닌 지역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꼽았다. 정부가 제도적 틀을 마련하되, 실제 실행은 민간과 지역 주체가 담당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빈집 은행, 저가 매각, 임대 연계 프로그램 등은 단순 철거보다 비용 효율성이 높고 지역 인구 유입과 상권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규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역시 빈집을 획일적으로 정비하기보다 지역 수요에 맞춘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며 "농어촌과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주거·체류형 활용을, 도심에서는 임대·상업·공공 활용을 병행하는 식의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빈집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리모델링 비용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장기 방치 빈집에 대해서는 부담을 강화하는 정책 조합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