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D램 수요 20%↑" 수급 자신감…美 ADR·관세 이슈엔 '신중론'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삼성전자의 전사 연간 영업이익(43조611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차세대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의 양산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고대역폭 낸드플래시(HBF)와 초고성능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신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AI 추론 및 데이터센터 시장 내 영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9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회(컨퍼런스콜)를 열고 지난해 연간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결과로,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하며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
4분기 성과는 격차를 더욱 벌렸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매출은 32조8267억원, 영업이익은 19조169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8%에 달했다.

◆HBM4 이미 양산 중…차세대 'HBF'로 AI 추론 시장 정조준
SK하이닉스는 이날 현재 AI 시장의 주류인 학습 시장을 넘어 차기 시장인 추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술력을 공개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의 양산 현황이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한 HBM4는 고객이 요청한 물량을 현재 양산 중"이라며 "HBM3E와 HBM4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계 유일 기업으로서 기술 우위는 물론 검증된 품질과 양산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하이닉스는 HBM의 확장 개념인 'HBF' 기술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HBF는 D램을 적층한 HBM과 달리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플래시를 쌓은 형태다. HBF는 AI가 처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저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차세대 솔루션이다.
회사 측은 "HBM의 확장 개념인 HBF 기술을 구체화해가고 있다"며 "다양한 데이터를 오프로딩(작업 부하 경감)하려는 고객 요구와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초고용량 라인업을 강화해 변화하는 AI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자' 된 낸드…초고성능 eSSD로 수익 구조 다변화
그동안 D램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던 낸드 부문 역시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힘입어 실적에 힘을 보탰다. 하반기 eSSD 중심의 수요에 적극 대응한 결과, 낸드 부문은 연간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실적 효자 노릇을 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실시간 추론 및 GPU 기반 서버에서 매우 빠른 입출력(I/O)과 초저지연 성능을 갖춘 스토리지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제품 개발을 통해 미래 기술을 미리 준비하고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321단 쿼드레벨셀(QLC) 제품 전환을 가속해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향 스토리지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HBM에 쏠려 있던 AI 수혜를 낸드 전반으로 확산시켜 수익 구조를 탄탄하게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설 투자(CAPEX)와 주주 환원에 대한 의지도 명확히 했다. 4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AI 메모리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재투자를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청주 M15X, 용인 1기 팹,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등 글로벌 통합 제조 역량 강화에 가용한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 환원책도 예고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작년 확보된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추가 주주환원을 실시할 것"이라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방식을 시장 기대에 부합하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해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D램 수요 20%↑" 시장 주도권 자신…ADR·관세 이슈엔 '신중'
메모리 업황에 대해서는 공급자 우위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서버 중심의 수요 폭발로 인해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재고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낸드 부문 역시 서버용 SSD를 중심으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가격 급등에 따른 고객사들의 구매 물량 조정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일부 PC 및 모바일 고객들이 출하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거나 저사양 제품으로 스펙 조정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올해 D램 수요 성장률은 20% 이상, 낸드는 10% 후반 수준을 기록하며 서버 D램 중심의 타이트한 재고 추세가 연중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예측에 맞춰 올해 CAPEX 규모도 대폭 늘린다.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전환 가속화를 위해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는 매출액 대비 30% 중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설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대외 변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SK하이닉스 측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ADR 상장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강조한 한편, 미국 내 공장 건설 미이행 시 관세 부과 우려에 대해서도 "해외 공장 건설 등은 양국 정부 간 협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향후 회사의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추후 설명할 것"이라고 신중하게 답변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