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중앙부처의 '남하'가 아니다. 북항 재개발과 맞물려 부산 원도심의 공간 구조와 도시 기능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이지만, 지금과 같은 접근으로는 그 효과가 북항 일대에 머무를 위험이 크다.
이전 논의의 초점이 행정단지 조성이나 부지 적정성에만 맞춰진다면,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행정기관만 내려온 반쪽 이전'으로 끝날 수 있다.

부산역과 북항, 그리고 중구 원도심은 과거 부산 경제의 핵심 축이었다. 항만 노동과 금융·상권·주거가 뒤섞인 원도심은 여전히 '생활 중심지'로 기능할 수 있는 입지와 인프라를 갖고 있다.
해양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 연구기관이 북항과 동구 일대로 몰려오면 중구는 그 배후의 생활·상업·문화 기능을 담당하는 "해양행정수도의 생활 심장"이 될 수 있다. 주거지 정비, 보행 인프라, 공공임대주택 및 청년주거 공급 등 기반 정비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중구 내 북항 가용 부지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이미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부산항만공사(BPA) 부지는 기존 계획과 연계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이전지로 평가된다. 지리적으로 북항 재개발의 중심축에 있고, 해양정책 관련 기관들과의 연계성이 높아 '행정+혁신 복합 클러스터'로 확장이 용이하다.
이전 규모나 청사 형태에 따라 일부 공동 활용 모델(본청·출장소 등 분산형 배치)을 검토하는 방안도 현실적이다. 단순한 청사 이전이 아닌 '해양행정 허브'로의 발전 구상이 병행돼야 한다.
또 다른 새축은 구 중부경찰서 부지의 LH 임대주택 사업이다.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북항 일대를 단순한 행정·업무 공간을 넘어 실질적인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공공주택 공급은 해수부 직원과 해양 관련 근로자들의 실거주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상권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즉, 해수부 이전의 성공은 청사 위치만이 아니라, 생활환경과 정주 여건이 함께 구축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경제효과 중심이었다. 그러나 원도심 주민의 삶, 골목경제, 주거복지 문제를 배제한 이전은 도시 불균형을 심화시킬 뿐이다. 부산시와 해수부, 부산항만공사, 중구·동구·영도·서구 등이 참여하는 '원도심 통합 거버넌스'를 구성해 예산과 기반시설, 규제를 사전 조율해야 한다. 균형 발전은 계획의 문제이자, 협력의 문제다.
부산의 미래는 항만의 초고층 빌딩이 아니라 산복도로의 골목에 달려 있다. 해수부 이전이 진정한 성공으로 평가받으려면 북항의 빛이 원도심 골목까지 스며들어야 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상권 침체라는 복합 위기를 겪는 중구 원도심을 '해양수도의 숨겨진 심장'으로 되살리는 일, 그것이 해수부 이전이 부산에 던지는 진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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