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는 오르는데 가격은 묶여… 업계 '이중 부담' 우려
해외도 효과·부작용 엇갈려… 실효성 논란
제로 확산에도 부담금 논의… 업계 "정책 신중해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설탕 부담금'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아직 제도 방향이나 부과 방식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논의가 보건 정책을 넘어 물가와 원가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0일 정치권과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SNS를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을 부과해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은 어떠냐"며 국민 의견을 물었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설탕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법적·정책적 검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 설탕은 '기초 원재료'… 부담금 도입 시 가격 전가 불가피
설탕은 음료와 과자뿐 아니라 빵, 외식, 김치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기초 원재료다. 업계에서는 설탕 사용을 단기간에 줄이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부담금이 도입될 경우 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설탕은 소금처럼 소비를 완전히 회피하기 어려운 재료라는 점에서 비용이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공식 입장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지만 설탕 부담금이 현실화되면 가격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현장에 깔려 있다"며 "설탕은 특정 품목이 아니라 식품업계 전반의 원가 구조와 직결된 재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이 겹친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생기면 기업이 이를 흡수할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사실상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탕 부담금이 도입될 경우 원가는 오르지만 가격은 올리기 어려운 이중 부담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 식품기업과 외식업체의 경우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더 이상 흡수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제품 가격이나 외식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격 인상이 단번에 이뤄지기보다는 용량 축소나 가격 조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해외서도 비만 감소 효과 제한적…실효성 의문
설탕 부담금이 이 대통령이 언급한 비만 예방과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와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당류 저감 정책이 시행되고 '제로' 제품 확산 등으로 설탕 사용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부담금 부과가 추가적인 건강 개선 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영국은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을 도입해 음료의 평균 당 함량을 낮추는 성과를 거뒀지만 해당 정책이 비만율 감소로 이어졌다는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는 설탕 관련 과세 정책 시행 이후 물가 상승과 인접 국가로의 '원정 쇼핑' 문제가 불거지자 세율을 낮추거나 제도를 폐지·조정하기도 했다.
식품업계는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설탕 부담금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탕 사용을 줄이는 방향의 정책은 이미 진행 중"이라며 "부담금 도입이 실질적인 건강 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물가와 산업 부담만 키울지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