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인정돼야 하지만, 어느 기관이든 사정 있어"
노조는 강경, "해결책 혹은 청사진 제시까지 투쟁 강도 높일 것"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이후 11일째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로 인해 약 30% 수준의 임금 체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조가 출근 저지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장 행장은 금융위원회와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는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갈등의 핵심은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다. 총액인건비제는 공공기관의 인건비 총액을 정부가 사전에 통제하는 제도로, 방만 경영을 막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금융 공기업의 경우 민간 금융사와 유사한 업무 강도와 성과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임금·보상 체계는 공공기관 규제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기업은행 노조는 총액인건비제로 인해 초과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이는 사실상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신임 행장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총액인건비제 폐지 또는 최소한의 개선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기 전까지 출근 저지를 계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새로 은행장이 왔으니 기업은행에서 안을 만들고, 금융위원회도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언급하면서 해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제기됐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기업은행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총액인건비제의 존폐나 구조 개편은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재정경제부 등 정부 차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노조는 장 행장에게 단순한 중재자 역할이 아니라, 금융당국과의 합의를 이끌어낼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기업은행은 그동안 총액인건비제에 대해 수차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간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에 대해 수차 논의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 문제는 단순히 금융위원회만 결정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재정경제부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논의에도 금융위원회가 기업은행 문제에 대해 제도 개선의 방향성도 잡지 못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예외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총액인건비제 예외를 인정받는 방식이 있긴 하지만, 어느 기관이나 나름의 사정은 존재한다"며 "기업은행뿐 아니라 산업은행 역시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우수 인력 확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는 최근 물밑 교섭을 이어가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총액인건비제가 기업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신임 은행장이 금융위원회에 당연히 해야 할 제안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책임 있게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이나 청사진을 제시하기 전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멈출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장 행장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총액인건비제 예외 적용이나 시범 개선안을 이끌어내는 방안이 하나의 선택지로 거론된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중장기적인 제도 개편을 약속하는 대신, 단기적으로 미지급 수당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는 방안이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금융위원회의 결단 없이는 갈등을 봉합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기업은행 노사 갈등을 넘어 공공기관 인사·보수 체계 전반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행장이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은행의 경영 안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총액인건비제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의 투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공공 금융기관 임금체계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