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부장 "옥수수 등 민감 부문은 보호...협정에 안전장치 포함돼"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가 미국과 무역 협정 체결을 위해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데 대해 인도 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8일(현지 시간) 인디언 익스프레스와 비즈니스 투데이 등에 따르면, 인도의 약 40개 이상 농민 단체가 속한 연합체 삼유크트 키산 모르차(SKM)와 SKM에서 갈라져 나온 SKM 비정치 집단, 전인도 농민 연합(AIKS) 등 주요 농민단체들이 전국적인 시위를 예고했다. 인도 정부가 최근 미국과 체결한 무역 협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전국 총파업에 대해서도 지지를 표명했다.
인도노동조합센터(CITU)와 전인도노동조합회의(AITUC), 인도국민노동조합회의(INTUC) 등 인도 10대 중앙노동조합은 앞서 지난해 말 "2월 12일을 총파업의 날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노동법 개정 및 국영 기업의 민영화에 반대하고 소득 정체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파업의 날에 농민 단체까지 무역 협정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노동계의 4대 노동법 개정 반대와 농민계의 '무역 협정 저지' 명분이 결합하면서, 이번 시위는 모디 정부 집권 이후 가장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 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SKM은 성명에서 "인도와 미국 간의 잠정 무역 협정안은 인도 농업 및 농민을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협상 내용을 속이고 국민을 호도한" 피유시 고얄 상공부 장관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했다.
SKM은 "이번 협정안은 농업 및 낙농업 부문이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제외된다는 상공부 장관의 주장과 인도 정부가 농업 부문의 이익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라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미국 무역 협정 서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전국적인 대규모 연합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SKM 비정치 파벌 또한 성명을 통해 무역 협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SKM 비정치 파벌의 핵심 리더이자 인도 농민 운동 지도자로 알려진 자그짓 싱 달레왈은 "고얄 장관은 농업과 낙농업 부문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인도와 미국의 공동 성명에는 인도가 미국 농산물 및 식품에 적용된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고 해결하기로 합의했음이 명시되어 있다"며 "공동 성명은 미국의 압력으로 인도 정부가 미국 농산물에 인도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하고 이로 인해 인도 농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IKS 지도자 크리슈나 프라사드는 "이번 무역 협정이 건조증류곡물(DDG), 동물 사료용 붉은 수수, 대두유 등의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인도) 농업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치고 낙농업 부문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정은 그들의 침체된 경제를 이롭게 할 뿐 인도에는 이롭지 않다"고 비난했다.

인도와 미국은 지난 7일 공동 성명을 내고 관세 인하 및 경제 협력 심화 등을 골자로 한 잠정적 무역협정 프레임워크(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앞서 3일 무역 협상 합의를 발표한 뒤 처음으로 합의 내용도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대부분의 인도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50%에서 18%로 인하하기로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인도에 대한 제재성 관세 25%를 철회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이번 행정 명령에는 현재 25%인 국가별 상호 관세를 18%로 낮추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사료용 곡물·과일·대두유·견과류·와인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하고 미국산 농산물·의료기기·통신장비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해결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5년간 석유·가스 등 에너지, 항공기·부품,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약 5000억 달러(약 732조 2500억 원)어치 구매하기로 했다.
SKM은 인도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18%까지 (상호 관세 도입 전 대비) 인상된 반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인도 관세(기존 30~150%)는 0%로 인하되는 것은 "불평등한 무역 구조"라고 비판했다. SKM은 이러한 조치가 인도 농민들을 값싼 옥수수·밀·대두유·에탄올·유전자 변형 식품(GMO) 및 종자 수입에 노출시켜 국내 시장과 농가 소득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SKM은 또한 이번 협정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미국 농산물이 인도 시장에 대량 유입될 수 있다며, 이는 국내 농업이 이미 생산 비용 상승, 시장 가격 하락, 성장률 둔화 및 농가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반면, 고얄 장관은 미국과의 무역 협정에 농민과 국내 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고얄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의 무역 협정은 이미 500억~550억 달러 규모의 농수산물을 수출하고 있는 인도 농민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18%의 관세로 인해 인도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사항들이 많다. 이는 양쪽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며 "우리가 그들 시장에 제품을 대량으로 쏟아붓는다면 미국도 똑같이 자기방어를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두 페이지짜리 공동 성명서에 안전장치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을 오도하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모든 제품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인도는 유제품·유전자변형제품·육류·대두박·옥수수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세 인하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얄 장관은 아울러 "인도가 수입하는 일부 콩류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시장 접근권을 개방했다"며 "우리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우리 농민을 위해 시장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일부 시장 접근성 제공은)는 신중하게 계획된 개방"이라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