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민원에 인허가 올스톱
지하 철도 확정 안 돼 지상 복합개발도 제동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역 상권 '울상'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수서~광주 복선전철(수광선) 건설 사업이 일부 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허가 단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수서역 상부에 추진 중인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사업' 역시 연쇄적으로 지연될 전망이다. 사업 차질이 지속될 경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수광선 2030년 개통 '빨간불'…"설계 변경 쉽지 않아"
12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수광선을 둘러싼 주민 민원 해결에 나서고 있다.
수광선은 서울 수서역에서 경기 광주역까지 19.4㎞ 구간을 잇는 사업으로, 경기 동남부와 강원·충청·경상권을 서울 강남과 직결하는 핵심 노선이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2023년 기본계획이 고시되며 본궤도에 올랐으나 본격적인 착공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5년 상반기 착공해 2030년 개통해야 했다. 현재 노선이 지나는 서울 강남구 자곡동과 성남시 여수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현재 실시설계 및 인허가 절차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철도 노선이 단지 경계를 침범하거나 인접해 지나가 소음, 진동, 지반 침하 등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주거지 안전을 위협하는 노선안을 결사 반대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펼치고 있다. 자곡동 A아파트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여수동 B아파트는 국무조정실 산하 갈등해결센터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4차례에 걸친 조정에 나섰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발주처인 철도공단은 해당 노선이 아파트 건물 직하부를 통과하지 않으며, 무진동 굴착 등 최신 공법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득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착공을 밀어붙일 수는 없기에 주민 협의를 최대한 원만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며 "설 연휴 이후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선을 변경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사업비가 대폭 증가해 타당성 재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어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원이 없는 구간만이라도 먼저 착공하자는 '부분 착공론'도 제기되나 이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 철도 운영의 핵심 시설인 회차 선로, 검수 시설, 관제 센터 등이 모두 시발역인 수서역에 들어선다. 이 공구 공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나머지 구간을 완공해도 열차를 운행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와 철도공단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2030년 개통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내다봤다.
◆ 수서역세권 개발도 발 묶여…국토부 "원만한 협의 노력"
수광선 사업의 지연은 단순히 철도 개통이 늦어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광선 수서역 상부에 계획된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까지 중지시킬 수 있어서다.
이 사업은 수서역 일대 대지면적 약 10만2208㎡에 백화점, 오피스, 오피스텔, 호텔 등을 포함한 환승센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 한화 건설부문 컨소시엄이 주관 후보자로 선정돼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과 신세계, KT에스테이트 등이 주요 주주다.
복합개발 사업은 수광선 건설과 물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개발 부지(1공구) 지하로 수광선 철로(2공구 연결 구간)가 지나가도록 설계돼 있어, 지하의 철도 노선이 확정되고 터널 등 구조물 공사가 선행돼야 그 위에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선 결정에 따라 역사 위치나 상부 개발 계획이 달라질 수 있기에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전액 민간 자본으로 추진되는 민자 사업 민원 해결이 안 되면 사업비 조달이 불가한 구조다. 금융권에서는 인허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사업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수광선 민원이라는 돌발 변수가 사업 추진을 불투명하게 만든 탓에 실제 자금 집행이 가로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민자 사업 특성상 사업 추진이 확실시되어야 비용 조달이 가능한데, 현재처럼 주민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사업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PF 실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과 금융 비용 누적은 고스란히 사업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이나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과 건설 공사비 증가로 인해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금융 기관에서도 PF 대출에 대한 여신관리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을 통해 영업면적 약 8만3000㎡(약 2만5000평) 규모의 초대형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착공이 미뤄지면서 백화점 개점 시기도 예측이 어려워졌다. 강남권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형 개발 호재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인근 상권 침체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