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굳이 돈 주고 내보낼 이유 없어"…이사비 지원 철회
확약서 미이행 논란…전문가 "계약 만기 채우게 돼 효력 상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실거주 의무를 전세 만기까지 유예해주기로 하면서, 거래를 위해 세입자에게 이사비를 얹어주는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 '세 낀 매매' 허용에 속속들이 이사비 지원 철회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방안' 발표 이후 집주인이 거래를 위해 세입자와 맺었던 이사비 지원 약속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종전 규정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 대상 주택을 매수하려는 자는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해당 주택에 입주해야 했으며, 취득 후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매수자의 실거주가 강제되다 보니 집주인이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거주 중인 세입자를 반드시 내보내야만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기 위해 오는 5월 9일까지 매매계약을 완료해야 하는 다주택자들은 처분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고, 세입자의 조기 퇴거를 유도하기 위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사비와 위로금을 얹어주는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이번 보완 방안으로 판세가 뒤바뀌었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매도하는 경우에 한해 토지거래허가제도상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제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관행이었던 '세 낀 매매'가 가능해지면서 협상 주도권은 다시 집주인에게 넘어갔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상태 그대로 무주택자에게 집을 팔아도 양도세 중과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는 퇴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의 A 공인중개사 대표는 "과거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곳은 매수자가 무조건 들어와 살아야 하니 집주인이 '을'이었다"며 "이제 무주택자에게는 전세 낀 매매가 허용되는데, 굳이 집주인이 생돈 수천만원을 들여 세입자를 내보낼 이유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 확약서 미이행 논란될 수도…전문가 "계약 만기 채우게 돼 효력 상실"
결과적으로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며 세입자와 퇴거 합의를 진행할 이유가 사라졌고, 이에 따라 기존에 구두나 확약서로 약속했던 이사비 지급을 철회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B 공인중개사 대표는 "10·15 대책 이후 집주인들이 거래를 위해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 이상을 이사비로 지불하고 확약서를 쓰는 경우가 흔했다"며 "하지만 지난 12일 실거주 의무 유예 방안이 나오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확약서를 이행할 명분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약서가 계약 만료 전 퇴거를 조건으로 한 보상 성격인 만큼, 정책 변경으로 효력이 상실됐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이사비 지원 확약서는 임대차 계약 기간 만기 전에 나가는 것을 전제로 한 보상 성격"이라며 "정책 변경으로 세입자가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고 나갈 수 있게 된 만큼 집주인이 이사비를 지급할 의무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