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을 계기로, 무역 합의 이행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들을 향해 징벌적 관세로 응징하겠다 강경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흔들리는 미국 주도의 무역 질서를 다시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듯, 전방위적인 '관세 보복'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터무니없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용해 '장난질(Play games)'을 치려는 국가들, 특히 오랫동안 미국을 뜯어먹은(ripped off) 국가들은 최근 합의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관세와 혹독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상거래에서 '구매자 책임'을 강조할 때 쓰는 문구인 "구매자 주의(BUYER BEWARE!!!)"를 덧붙이며, 미국과의 합의를 가볍게 볼 경우 책임은 상대국에 있다며 "나중에 크게 후회할 수 있다"는 위협성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발신했다.
이 같은 경고는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불법 판결 이후 유럽연합(EU)이 대미 무역 협정을 사실상 보류할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 최대 정당 연합체인 유럽국민당(EPP)은 "미국의 대유럽 관세 정책이 명확해질 때까지 비준 절차를 연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 정당들이 미국과의 무역 협정 비준 절차를 일제히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경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이 위법·위헌 가능성을 지적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대신, 보다 법적 근거가 확실한 무역법 122조 및 301조를 동원해 관세 체계를 재구축하는 와중에 나왔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의 국제수지 악화를 이유로 최대 15%까지, 최장 150일 동안 일시적 관세 인상을 허용하는 조항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 브리지(가교)로 활용해 301조에 근거한 보다 정밀한 관세 체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전날 CBS와 인터뷰에서 "중국, EU, 일본, 한국 등과 맺은 양자 무역·관세 합의는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미국의 유동적인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회는 일단 기존에 체결된 한미 간 무역 합의는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통상·투자 안전판을 강화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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