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주식시장이 또 한 번 들썩일 조짐이다. 일본 정부가 기업들이 장기간 쌓아둔 막대한 현금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제도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상장사들이 보유한 현금은 약 130조 엔(약 1200조 원)에 달한다. 기업들이 이렇게 현금을 싸놓은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돈이 성장 투자나 주주 환원으로 충분히 돌지 못하면서 일본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금융청(FSA)은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손질할 예정이다. 새 규정은 기업이 보유 자금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를 점검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치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기업 경영 방향을 바꾸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던 만큼 실질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이 성장 분야에 더 투자하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늘리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변화가 이어지면 해외 자금의 일본 주식시장 유입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TOPIX(토픽스) 상장사 중 비금융 기업의 현금·예금은 지난 10년 동안 84% 늘어나 130조 엔에 도달했다.
이 돈이 투자나 주주환원에 쓰인다면, 일본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현재 9.3%에서 12%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유럽 주요 기업들(12.5%)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이런 변화는 오래된 숙원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과거부터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지 말고 생산적인 곳에 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심지어 기업 예금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최근에도 기업들에게 "쌓아둔 돈을 임금 인상과 투자에 쓰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금 사용 압박이 곧바로 성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신중론도 있다. 코무제스트 자산운용의 리처드 케이 대표는 "단순히 돈을 쓰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주주 가치가 자동으로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신중한 자본 배분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결국 관건은 기업들이 '어디에 얼마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130조 엔이라는 거대한 현금 더미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일본 증시는 물론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도쿄를 향할지도 모른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