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 후 사법 시스템 새로 구축하는 접근 필요"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 직전 수정안을 마련했다. '법 왜곡죄'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법조계, 학계는 물론 당내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위헌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뒤늦게 원안을 보완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충분한 숙의 부족 속에 진행되는 사법개혁 속도전이 '설익은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백승아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 왜곡죄 원안을 수정했다"며 "형사사건에 한해 적용하도록 하고, 각 구성요건의 명확성을 보완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쳤다"고 밝혔다.
법왜곡죄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 등)과 맞물려 국회 본회의에 사법개혁 3법 중 첫 번째로 상정됐다.

지난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는 입장문을 통해 "개혁의 본질에 기반한 완성도 높은 법원 개혁이 필요하다"며 법왜곡죄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특히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은 부분은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하급심의 소신 있는 판결까지 무분별한 고소·고발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을 두고 사법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재판소원 도입 시 사건 수 폭증 등 전제 조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사법개혁 3법은 개혁이라는 이름과 달리 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3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개혁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근본적인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어지고 있다.
민변 측은 "법원은 사법농단 사태, 문제 법관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식 대응, 내란수괴 구속취소 결정, 유력 대권 후보 재판에서 드러난 절차적 정당성 논란 등으로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며 "이 같은 불신을 해소하려면 상고심 개편뿐 아니라 법원행정처를 대체할 독립적 사법행정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해 사법행정권의 분권화와 민주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다 큰 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연구원장을 역임한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도 "현행 사법제도는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와 보직 등 사법권 행사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라며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사법개혁 3법은 이러한 기본 틀을 유지한 채 이뤄지는 임시방편적 개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려면 헌법 개정을 선행해 법관 수를 확대하고, 법관 선발의 다양성을 높이며, 자치적 사법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기반부터 재설계해야 한다"며 "헌법 개정 이후 사법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되는 사법개혁은 눈앞의 현안에 치중한 측면이 강해, 큰 틀에서의 구조적 개편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선 전국의 각급 법원장들이 모여 임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3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회의 시작 전 인사말을 통해 "현재 본회의에 상정된 사법제도 개편 3법은 모두 헌법 질서와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는 법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법원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으려는 국민들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안에 대한 숙의 과정에서 재판을 직접 담당하는 사법부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사법부가 여전히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현실에 대해 우리 모두 무겁게 인식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bc12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