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달러 투자 유치 실체 논란에 엡스타인 스캔들도… 사퇴 압박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자 한국의 대미 투자 협상을 진두지휘해온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거센 안팎의 도전에 직면했다. 화려한 '딜 메이커'로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왔지만, 정작 실질적인 이행 능력과 도덕성 문제를 놓고 행정부 내부와 의회에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26일(현지시간) 전·현직 행정부 관리 15명의 증언을 토대로, 러트닉 장관의 독단적인 업무 스타일과 과장된 성과 포장이 정권 내부의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타 부처가 수개월간 공들여온 협상에 마지막 순간 개입해 발표를 주도하며 성과의 주인공을 자처한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너지부(DOE)가 추진해온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의 원전 관련 프로젝트에서도 러트닉이 막판에 뛰어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며 관련 부처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하는 18조 달러 규모 투자 유치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투자액 중 상당수가 이미 예정된 투자를 재포장했거나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 관세 정책의 성과로 보기 어렵다"며 "3년 내에 투자 통계로 입증되지 않는다면 러트닉 본인은 물론 트럼프 경제 정책의 중대한 약점(black mark)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트닉 장관의 강압적인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부처 간 협의에서 자신의 명확한 승인 없이는 실무진이 어떤 입장도 내지 못하게 하는 사실상의 함구령을 내리는 등 전례 없는 통제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관리는 "그가 회의 중 의견이 다르면 상대방을 소리 높여 제압하는 등 통제광(control freak)에 가까운 면모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상무부 내 정무직 인사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도덕성 논란도 치명적이다. 러트닉은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과거 해명과 달리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유 섬을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초당적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그가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가족이 운영하는 금융사 캔터 피츠제럴드가 수익이 크게 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이해충돌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사석에서 러트닉 가족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브랜드를 활용해 과도한 영리 활동을 한다는 불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와 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전면에서 조율해온 인물로 꼽힌다. 폴리티코의 분석대로 그가 내용보다 화려한 발표에 치중하는 성향이라면, 이미 발표된 투자 약속의 세부 이행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에 무리한 조기 이행이나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특히 관세를 지렛대로 활용해 기업을 압박하는 그의 불도저식 스타일은 한·미 통상 현안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