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가리지 않고 사임 압박 확산…백악관 "최고의 각료진" 엄호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희대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엡스타인의 개인 소유 섬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어떠한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기억 안 난다"면서도 접촉 사실은 시인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산하 상무·법사·과학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러트닉 장관은 과거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증언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서 "2005년 이후 엡스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다"고 공언했으나, 이날은 2011년 만남과 2012년 섬 방문 사실을 시인했다.
러트닉 장관은 청문회에서 "2012년 가족 휴가 중 요트를 타고 가다 섬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며 "아내와 자녀들, 보모가 동행한 1시간 정도의 짧은 방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문의 구체적인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해 의구심을 키웠다.
◆ 관계 축소 주력하지만 정황은 '비즈니스 파트너'
러트닉 장관은 "14년간 주고받은 이메일이 10통 안팎에 불과하다"며 관계가 미미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공개한 250여 건의 관련 문건에는 두 사람이 2012년 광고기술 회사 '애드핀(Adfin)'에 공동 투자하며 서명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비즈니스 관계가 없었다"는 그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목이다.
◆ 여야 한목소리로 "사퇴하라"… 백악관은 일단 엄호
사퇴 압박은 초당적이다. 민주당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러트닉의 거짓말이 명백해졌다"며 해임을 촉구했고, 공화당 강경파 토마스 매시 의원도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가세했다. 상원은 러트닉 장관에게 엡스타인 관련 개인 기록 일체를 제출하라고 압박중이다.
거센 파상공세에도 백악관은 일단 러트닉 장관을 엄호하고 나섰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현대사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유능한(transformative) 내각을 구성했다. 미국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러트닉을 포함한 내각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억만장자 금융업자 출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 2019년 뉴욕 구치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카리브해 사유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는 '소아성애자의 섬'으로 세계 각국 정·재계·학계 인사들이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담긴 문건과 이메일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워싱턴 정가와 국제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