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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3법] ③법 시행되면 내 재판은? 상고 적체는 풀고 1·2심은 더 막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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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하급심 '치받는 판결' 위축 우려
재판소원, '판결의 해석과 적용' 자체도 통제 대상
1심에 쏠린 민사사건 부실화 가속 우려

[서울=뉴스핌] 박민경 홍석희 김지나 기자 =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가운데 법왜곡죄·재판소원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민의 소송·재판 절차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법왜곡죄가 시행되면 하급심 판사의 판례 이탈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고, 재판소원 시행 시 판사가 증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당사자 진술을 외면한 판결은 헌재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본회의 처리를 앞둔 대법관 증원법까지 더해지면, 대법원과 거리가 먼 일반 민사 사건 당사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간접적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법왜곡죄, 하급심 '치받는 판결' 위축 우려…"판례 굳으면 사회 변화 못 따라가"

법왜곡죄가 시행될 경우 하급심 판사가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이른바 '치받는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지면서 판례가 고착화되고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사적으로 하급심의 치받는 판결은 굳어진 판례를 깨고 사회 변화를 법정 안으로 끌어들이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단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이다. 대법원은 2004년 전원합의체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입영 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1·2심 법원 일부가 수년에 걸쳐 무죄를 거듭 선고하자 결국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례를 변경했다.

파업 업무 방해죄 역시 하급심이 반대 판결을 잇따라 내린 끝에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단순한 노무 제공 거부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판례를 바꿨다.

판사 출신의 김형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 판례처럼 하급심이 지속적으로 치받아야 대법원 판례가 바뀐다. (하지만) 법왜곡죄가 생기면 판례는 고정되고, 시대 변화에 발목이 잡힌다"며 "법관이 위축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위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선 하급심 판사들이 대법원을 치받는 판결을 할 수 없게 된다. 구성 요건에 외형적으로 해당되면 당사자들이 일단 법왜곡죄로 고소·고발할 것"이라며 "나중에 단서 조항으로 무죄가 되더라도 고소·고발을 피할 수 없고, 판사는 피의자 신분이 된다.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상급심을 치받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전 협회장은 "재판과 수사가 지연되고, 분쟁 당사자들이 피해 배상을 회복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불편이 생긴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승복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 끝까지 해보겠다는 심리가 강한 상황에서 법왜곡죄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삼권분립에 명백히 어긋나는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 재판소원 "판사가 증거 읽지도 않으면 진술권 침해"…집행정지·헌재 마비 우려도

재판소원이 시행되면 현재 헌재가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구조에서 나아가 대법원 판결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까지 판단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A씨가 정부 비판 글을 올렸다가 형사 처벌을 받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고 가정하면, 현행 제도에선 법원이 적용한 법률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될 경우에만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수 있다. 헌재는 법률의 위헌 여부만 판단하고, 판결의 해석이나 판단 자체는 다툴 수 없다.

하지만 재판소원이 시행되면 A씨는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판결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헌재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가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 판결 취소 또는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즉, 법률뿐 아니라 '판결의 해석과 적용' 자체도 헌법적 통제 대상이 된다.

다만 이 제도는 판결 결과에 불복하는 창구가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이 침해됐는지를 심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헌재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 소원은 공권력 행사가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다투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컨대 법원이 제출된 증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당사자의 진술을 들었음에도 판결문에 전혀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경우라면 재판 청구권·진술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헌재는 딱 그것만 보는 것"이라며 "엉터리 판결을 걸러주는 역할"이라고 했다.

반면, 집행정지 문제가 현실적 난제로 꼽힌다. 수도권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로 분쟁이 확정된 이후 집행 절차로 넘어가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재판소원과 함께 집행정지가 신청될 경우 집행이 중단되고 각종 후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칫 대법원 판결의 권위와 효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사법부가 사회적 분쟁의 최종 해결 기능을 수행한다는 본래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뉴스핌DB]

◆ 대법관 증원, 직접 닿지 않는 일반 민사 당사자에도 간접 영향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28일 본회의 처리가 예정돼 있다. 이번 증원 논의는 대법원 상고 사건의 적체 해소가 명분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대법원까지 실제로 닿지 않는 대다수 당사자, 특히 일반 민사 사건 당사자들이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역설적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민사 사건 대부분은 대법원까지 가지 않는다. 문제는 그 아래 1·2심이다. 대법원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1심 합의부 항소율은 2019년 34.5%에서 2023년 48.5%로 14%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1심 평균 처리 기간도 298일에서 473일로 늘었다. 이미 1심 불복률이 높고 재판 기간이 장기화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대법관 증원에 따라 재판연구관 등 보조 인력이 하급심에서 추가로 유출될 경우 '1심 부실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관을 급격히 늘리면 보조 인력이 하급심에서 갈 수밖에 없다. 하급심은 판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인데, 그런 인력이 대법원으로 가면 기형적 구조가 된다. 1·2심이 더 충실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심이 부실해지면 불복률은 더 오르고 이는 결국 상고 건수 증가로 이어져 대법원 적체 해소라는 증원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2024년 12월 판사정원법 개정안 통과로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판사 370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하기로 했지만, 대법관 증원에 따른 보조 인력 수요까지 더해질 경우 증원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문제는 하급심 약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아직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전 협회장은 "지금도 법관이 부족해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데,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면 판사들을 대거 대법원에 보내야 해 하급심이 더 약화된다"며 "결국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고소·고발이 남발되거나 재판 소원이 무분별하게 제기되지 않도록 요건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가 심화되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mk145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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