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경제 붕괴 직전, 우리의 도움 원해"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 붕괴 위기에 직면한 쿠바를 겨냥해 이른바 '우호적 인수(friendly takeover)'를 언급하며 파격적인 대(對)쿠바 외교 공세를 예고했다. 포스트 마두로 체제 출범 이후 카리브해 지역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이 노골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에너지 정책 관련 연설을 위해 텍사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미국 정부는 쿠바 측과 대화를 진행 중"이라며 "어쩌면 우리는 쿠바를 우호적으로 인수하게 될지도 모른다(Maybe we'll have a friendly takeover of Cuba)"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쿠바는 좋게 말해서 실패한 국가(failed nation)"라며 "현재 매우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고, 그들은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최근 쿠바를 겨냥한 전방위적 압박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실각 이후, 쿠바가 의존해온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망을 제재를 통해 크게 위축시키며 쿠바의 에너지 수급을 정면 겨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쿠바와 석유 거래를 지속하는 제3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강경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쿠바를 국제 에너지·금융 네트워크에서 고립시키는 조치를 강화했다. 그 결과 연료·항공유 부족과 장기 정전, 전력 배급제 등 심각한 에너지·경제난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미국은 지난 25일 쿠바의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한정된 범위 내에서 베네수엘라산 석유 재판매를 허용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하며 압박 강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사용하는 '우호적 인수(friendly takeover)' 개념을 국가 간 관계에 적용한 것은, 경제적 지원과 에너지 공급을 지렛대로 쿠바의 정치·경제 체제를 미국 중심 질서에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구상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 의해 "매우 높은 수준(very high level)"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바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 장관은 대표적인 대(對)쿠바 강경파로, 공산당 일당 체제 개혁과 정치범 석방, 인권 개선 등을 줄곧 요구해 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기업식 인수합병 레토릭을 동원한 사실상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최근 쿠바 해상에서 벌어진 쾌속정 총격 사건으로 미·쿠바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나왔다. 쿠바 정부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출발한 플로리다 등록 쾌속정에 탑승한 무장 인원이 쿠바 북부 해안을 침입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