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 구조와 직접 연결된 분쟁
에너지 공급망이 새로운 지정학 변수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유가 급등과 해상 운송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압박할 수 있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위기의 핵심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운송 병목 지점 가운데 하나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란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가 이 해협을 거쳐 세계 시장으로 이동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는 하루 약 150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발생하면 국제 에너지 시장은 즉각적인 충격을 받는다. 실제로 이번 충돌 이후 유조선 운항이 크게 줄고 일부 선박이 해협 밖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유가 역시 빠르게 상승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반영했다.

◆ 중국 에너지 구조와 직접 연결된 분쟁
이번 사태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의 에너지 구조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며 에너지 공급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원유의 절반가량이 중동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이란 원유도 중요한 변수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하루 약 16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한다. 서방 제재로 인해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이란 원유는 중국 정유사들이 오랫동안 활용해 온 주요 공급원이다. 따라서 이란의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경우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쟁 여파는 이미 중국 산업 현장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동 공급 불안과 해상 운송 차질에 대비해 일부 중국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비 일정을 앞당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민간 정유사 가운데 하나인 저장석유화학(ZPC)은 하루 20만 배럴 규모의 정제 설비를 가동 중단하고 당초 3~4월로 예정된 정비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또 다른 정유사인 푸젠 정유·석유화학(FREP) 역시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애스펙트의 선 지아난 애널리스트는 중동 장기 공급 계약에 의존하는 일부 중국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최대 20%까지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감소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아시아 에너지 안보로 번지는 파장
이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한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도 중동 에너지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아시아 경제 전반에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 입장에서 중동 공급망 불안은 곧 자국 경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급망이 지정학적 경쟁에서 중요한 전략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해상 병목 지점은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특정 국가의 에너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현재 중동 위기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미·중 전략 경쟁이 교차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호르무즈 해협 긴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이란 원유 수출과 중동 공급망을 흔들며 중국과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에 압박을 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향후 국제 정치와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