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2009년 준공 주택, 침수 취약
대형 평수·낮은 건폐율일수록 위험 높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매년 반복되는 서울 반지하 물난리가 건물 크기, 배수 불량 지형, 취약계층 밀집도 등 복합적 원인이 중첩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내 자치구 중에선 관악구가 침수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LH토지주택연구원은 '반지하 주택 침수 영향요인의 공간적 분포 특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진이 서울에 있는 순수 주거용 단독·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9878동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980년부터 2009년 사이에 지어진 주택일수록 침수위험이 높았다.
실제 침수 피해 반지하주택은 준공일로부터 15~44년 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정부는 2012년에 '건축법'을 개정해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지하층에 주거용 건축허가를 낼 수 없도록 했다. 이렇게 안전 기준이 강화되기 직전 건립된 주택은 상대적으로 침수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가구 면적이 크면 침수피해 가능성도 커졌다. 서울에서 반지하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자치구인 관악구와 동작구는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으로 반지하 가구가 밀집돼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종로구와 용산구는 도심 내 고밀·노후 주택지가 분포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기반시설의 부담을 가중시켜, 가구 자체의 전용면적이 큰 반지하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침수피해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폐율이 낮아도 침수피해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폐율이란 토지 전체 면적 중에서 건물이 덮고 있는 바닥 면적의 비율을 뜻한다. 건물이 차지하는 자리가 좁고 마당 등 빈 공간이 넓은 주택의 경우 해당 공간이 흙이 아니라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시멘트나 아스팔트(불투수면)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다. 비가 많이 올 때 넓은 시멘트 마당에 쏟아진 물이 땅으로 흡수되지 못해 지대가 낮은 반지하 창문이나 출입구 쪽으로 순식간에 고이면서 침수 피해를 키운다는 의미다.
실제로 관악구와 동작구에는 1980~2009년 사이 지어진 큰 평수의 반지하 주택이 많았다. 용산구와 종로구에는 평수가 크면서 마당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주택이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취약 지역에 배수용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이 잘 안 빠지는 지역은 건축물 외부를 투수성 물질로 다시 칠하거나, 빗물저류시설 설치를 지원해 빗물침투와 배수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유라 세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이나 매입·멸실 정책을 추진할 때 단순히 건축연한이 아니라 가구 규모와 건폐율 조건에 따른 배수용량을 반영한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네의 지형 등 주변 환경을 보면 경사가 완만하고 평평한 곳에서 피해가 자주 일어났다. 침수될 때마다 물이 깊게 차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 과거에 물에 잠긴 적이 있는 곳도 마찬가지다. 지형 탓에 물이 잘 빠지지 않아 비가 오면 상습적으로 물에 잠길 위험이 큰데, 관악구와 동작구가 대표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이런 지역은 배수 인프라 확충과 주택에 대한 구조 개선과 주거이전 지원을 연계해 추진이 필요하다"며 "환경적 취약요인이 중첩된 반지하주택은 침수위험 예방을 위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공개공지로 전환하는 방안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네 인구 밀도가 높고 1인 가구와 노인이나 어린이 등 취약계층,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을수록 침수 피해가 확대되는 경향도 관찰됐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집값이 싼 곳을 찾다 보니 침수 위험이 높은 주택에 몰려 살아서다. 이들은 지금 사는 집을 떠나더라도 또 다른 위험한 집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경제적 취약요인이 중첩된 관악구·강북구·중랑구·은평구 등에는 단순한 침수방지대책을 넘어선 주거복지적 접근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 맞춤형 이주 지원, 주거급여 제도 개선 등 사회적 안전망과 연계된 정책적 개입이 요구된다.
서울 내 자치구 중 언급된 위험 요소가 한꺼번에 겹쳐 있는 곳은 관악구로 나타났다. 반지하 주택의 침수가 집주인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리스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안전 강화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침수방지시설 의무 설치 및 지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통한 침수 취약 주거지로부터의 이주지원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