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업무 73.8%가 청소·택배 등
인건비 60% 급등 속 구인난 심화
업계선 로봇 활용 필요성 제기
일자리 상실 우려엔…"대체 아닌 역할 분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아파트 경비원 평균 연령이 높아진 데다 비경비 업무 비중이 70%를 넘어서며 현장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로봇을 활용한 선제적인 운영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도입 비용 문제와 기존 인력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로봇과 사람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선결 과제다.

9일 LH토지주택연구원은 'LHRI 포커스 73호 - 로봇 경비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단지 방범이지만 현실은 비경비 업무에 인력이 쏠리고 있다. 연구원 조사 결과 국내 아파트 단지 경비원 평균 연령은 66세다. 이들 업무의 73.8%는 청소와 택배다.
한 명이 다섯 가지 업무를 동시 수행해 순찰 공백이 발생하거나, 20kg 이상의 폐기물 운반 등 고강도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높다. 올해 최저시급이 1만320원으로 2017년 대비 60% 급등하며 현장은 인력을 감축하는 추세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기피하면서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아시아 주요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홍콩은 213만명이 거주하는 공공주택 중 10개 단지에 자율주행 청소 및 순찰 로봇을 24시간 시범 운영 중이다. 일본은 배송 로봇을 통해 배송 시간을 54% 단축했고, 야간 순찰 로봇의 무인 운영 실증에 성공했다.
싱가포르는 115만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관리를 위해 국가가 로봇 구매 및 임차 비용을 최대 50%까지 보조한다. 이와 달리 한국은 공동주택을 상당히 많이 보유한 나라임에도 지원이 본격화되지 않아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와 테슬라 등은 2028년을 휴머노이드 원년으로 선언했다. 피지컬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별도의 아파트 인프라 개조 없이 즉시 투입될 수 있다. 로봇이 투입되면 심야 주차장 순찰, 정확한 택배 분류, 대형 폐기물 처리 등을 맡아 거주 쾌적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기존 경비원은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돼 입주민 상담 등 친절한 서비스에 집중하게 된다.
보고서는 도입을 가로막는 장벽은 기술이 아닌 경제적, 사회적 구조에 있다고 분석했다. 500가구 단지가 3250만원 상당의 로봇 1대를 구매해 5년 동안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로봇 감가상각비와 유지보수, 인프라 개선, 운영 인력비 등을 합해 연간 약 2083만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약 25만명에 달하는 전국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 상실 우려 역시 해결 과제다. 남성훈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핵심은 로봇의 인력 대체가 아닌 '역할 분담'"이라며 "로봇이 야간 순찰 등 육체노동을 전담하고, 경비원은 민원 응대와 긴급 판단에 집중하면 고령 근로자의 신체적 부담은 줄이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상생이 실현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기술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 검증을 위해 로봇 경비원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로봇 투입 데이터를 축적하고 입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동선 등을 조정한 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남 수석연구원은 "로봇 관제 주체와 긴급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표준 운영 매뉴얼 및 스마트 관제 플랫폼 구축도 필수"라며 "국내 최대 공공주택을 보유한 LH가 시범 도입을 선도해 민간 확산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