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감액에 청와대에 직언…'전력 우선' 고집한 장관
퇴임 후에도 한반도 핵·동맹 이슈에 쓴소리 이어간 '논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이명박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상희 전 장관이 10일 별세했다. 향년 81세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으로 늦추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이 전 장관은 경기고(60회)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26기로 1970년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청와대 외교안보담당관, 합참 군사전략과장, 제30기계화보병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제5군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작전본부장, 제3야전군사령관 등을 역임했고, 2005년 4월에는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2008년 2월 제41대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돼 2009년 9월까지 국방 수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미국이 2009년께로 설정했던 전작권 이양 시기를 2012년으로 늦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한미 군사당국 간 협의 과정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의 부족 전력을 미군이 보완 지원하는 방향의 양해각서(MOU) 수준의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전작권 문제에 대해 "무기·장비가 아니라 운용 능력의 문제"라며, 여건 성숙과 통합작전계획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장관 재임 당시 정부가 국방예산 증액분 가운데 방위력 개선비를 대폭 줄이려 하자, 이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재정 긴축이 불가피하다면 인건비·급식·주거 등 경상운영비에 국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예산 삭감 재고를 요청한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2009년 9월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군 안팎에서 나온다.
그는 평소 'Fight Tonight(오늘 밤 전쟁이 나도 이길 수 있는 준비 태세)'를 자주 언급하며, 전시 즉각 대비 태세와 실질 전력 증강을 중시한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다.
전역 뒤에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센터 비상근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 이슈를 다뤘고, 이후 이명박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에 발탁됐다. 장관 퇴임 후에는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원장을 지내며 안보·외교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고, 원로 군사전문가 그룹의 한 축을 맡았다.
그는 인터뷰 등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군축회담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의 핵무장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실패한 북한 비핵화 목표에서 벗어나 현실적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보수 진영 내에서도 '전략적 핵무장론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육사 26기 동기들 사이에서는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작전본부장을 연달아 맡으며 '선두주자'로 통했다. 그를 보좌했던 전직 국방부 관계자들은 "먼저, 더 깊이 생각하는 스타일이어서 참모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지휘관"이었다고 회고했다. 합참의장 재직 당시, 한미 연합훈련 상황판에서 작전 개념을 직접 수정하며 "현장에서 이해 못 하는 계획은 책상 위에서 다시 짜라"는 말을 남겼다는 일화가 전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순영씨와 아들 왕섭씨, 딸 주연씨가 있으며,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오전 6시 40분 거행될 예정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