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운항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일본의 에너지 안보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도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상황을 계기로 일본 자위대가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해 제시했다. 2015년 안보 관련 법제 논의 당시 국회에서 거론됐던 기준을 토대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따져본 것이다.
핵심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중요영향사태에 따른 후방 지원, 국제평화 공동대처 활동 등 세 가지다.

◆ '존립위기사태' 인정 후 집단적 자위권 행사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일본 정부가 상황을 '존립위기사태'로 인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다.
존립위기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방치할 경우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자위대는 무력행사를 포함한 군사 활동을 할 수 있다.
2015년 안보법 논의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는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전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 해협이 봉쇄돼 일본으로 향하는 원유 수송로가 차단될 경우, 일본의 에너지 공급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공격을 받는 상황을 가정한다. 일본이 동맹국인 미국을 지원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자위대는 1990년대 걸프전 이후 페르시아만에서 기뢰 제거 활동을 수행한 경험이 있어 관련 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베 전 총리는 당시 "단순히 해협이 봉쇄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해당 상황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이 공격받은 것과 같은 수준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 '중요영향사태'에 따른 미군 후방 지원
두 번째는 위협 수준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까지는 아니지만 일본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이때는 '중요영향사태'로 인정돼 자위대가 미군이나 다른 외국군에 대한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다.
지원 내용은 급유, 물자 수송, 탄약 제공 등이다. 다만 이러한 활동은 미일안보조약 또는 유엔 헌장의 목적 달성을 위한 경우라는 조건이 붙는다.
이 경우 자위대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미군의 작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 국제평화 공동대처 활동
세 번째는 '국제평화 공동대처사태'다.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발생했을 때 유엔 헌장의 목적에 따라 여러 국가가 공동 대응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경우에도 자위대는 후방 지원 형태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역시 전투 참여보다는 물자 지원 등 비전투 임무가 중심이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자위대가 움직일 수 있을지는 국제법 해석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명확한 법적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자위대가 미군을 지원하려면 해당 군사 행동이 국제법상 허용되는 범위라는 입장을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공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친 것도 아니고, 이란의 직접적인 무력 공격에 대한 대응도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내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국제법 판단과 국내법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면 자위대 투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