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영향 예의주시...시장 왜곡·수급 불균형 우려도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에 2000원대로 오른 기름값을 잡기 위해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한다. 정부가 석유값을 직접 통제하는 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최고가를 설정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제 시세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이같은 최고가격제 시행에 대해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법에 정해진 손실 보상에 대한 지원에도 신경을 써 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 조치인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이 임박하면서 업계와 유통시장을 중심으로 향후 미칠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주유소 판매가격보다는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근 몇 주간의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MOPS)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가 판매할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주 단위로 상한선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MOPS)을 기준으로 정해지고, 여기에 환율과 유통비용, 세금 등이 더해져 최종 소비자 가격이 결정된다. 통상 1~2주간의 원유 수송 기간과 1주간의 정제 과정을 거쳐 3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일선 주유소들은 재고 확보나 수익 보전을 위해 판매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렸고,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를 하려는 소비자들의 가수요까지 몰리며 이례적으로 유가가 급등한 배경으로 꼽힌다.
30년 만에 정부가 석유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셈인 만큼, 제도 시행 방식과 적용 수준에 따라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인위적으로 가격 상한을 설정할 경우 정유사의 공급 유인이 약해져 시장 왜곡이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정한 최고 가격(2000원)이 적정 시장가격보다 낮아 손실이 우려되면, 정유사들은 물량을 풀지 않거나 수출 물량을 늘려 국내엔 기름 품귀가 벌어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매점매석 고시를 활용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류세 인하 시 손실을 감내하고 직영주유소를 통해 인하분을 즉시 반영하는 등 가격 안정화에 노력해 왔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민생물가 안정 차원의 정부 정책에는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며 "다만 최고 가격제 시행 이후 정유사들의 손실 보전 방안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의 법적 근거가 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