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가운데, 자국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나라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에 대표팀·클럽팀 파견을 전면 중단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모든 조별리그를 미국에서 치르게 돼 있는 이란 축구대표팀에도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이란 체육청소년부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적대적으로 간주되거나 이란 선수 및 팀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국가에 국가대표팀·클럽팀이 머무는 것을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예정된 이란 트락토르 SC와 아랍에미리트(UAE) 샤밥 알아흘리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전을 앞두고 발표됐다.
AFC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서아시아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2026 ACLE 토너먼트 일정을 한 차례 연기했다. 이후 연기된 경기를 사우디 제다 중립 구장에서 단판 승부로 치르기로 하고 4월 13~14일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와 프린스 압둘라 알파이살 스타디움에서 16강전을, 4월 16~25일 같은 도시에서 8강부터 결승까지 치르는 새 일정을 확정했다. 이란 정부는 이 일정 발표 직후 '사우디 원정 금지령'을 포함한 이번 조치를 꺼내 들었다.

이란 스포츠부는 성명에서 축구협회와 클럽에 "경기 장소 변경을 위해 AFC에 이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락토르가 예정대로 제다로 이동할 수 없다면 ACL 엘리트 일정 조정 또는 몰수패 등의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심은 월드컵이다. 이란은 이미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뉴질랜드·벨기에·이집트와 함께 G조에 편성돼 세 경기를 모두 미국에서 치를 예정으로 짜여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이란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는 나갈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불참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후 이란축구협회는 "미국은 보이콧하되, 월드컵 자체는 보이콧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FIFA와의 협상에서 "미국이 이란 대표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우리 경기를 멕시코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FIFA는 현 시점까지 공식 일정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적대국 원정 금지령'은 월드컵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미국을 사실상 대표적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만큼, 이란이 현 규정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미국 내 경기 출전이 제도적으로 막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psoq1337@newspim.com












